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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치 이력서

나는 정치하는 인간들이 싫다. 그래서 20대 때 나의 정치관은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자, 보수. 기득권을 뺏으려는 자, 진보. 이렇게 구분했다. 그렇다! 나는 정치 혐오자다. 그래도 투표는 항상 기득권을 뺏으려는 자들 쪽에 일관되게 던졌다.왜냐, 내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거의 유일한 체감 행위인 투표, 그것만큼은 꼭 행사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억울한 사람이 적은 사회가 그나마 살 만한 사회니까, 또 이미 많이 누린 사람들은 양보해도 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취미활동과 생존활동은 그 무게가 다르니까. 그러다 나꼼수를 알게 됐고, 정치는 일상이란 구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정치 얘기를 저렇게 희화시켜서 낄낄대며 해도 괜찮네? 심각하고 진지하고 추악한 것만이 정치가 아니네? 이렇게 나꼼수가 ..

책 빌리러 갔다가...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왔어요. 꾸란을 발제할 일이 있거든요. 아프간은 이제 어찌 될까, 생각하다 문득, 근데 미얀마는? 그전에 로힝야도 있었는데... 맞다! 그 사이에 홍콩도... 문제로 문제를 덮으며 굴러가는 지구와 지구인. 그나마 한국인인 게 위로가 되는 건가? 이 몹쓸 결론은 또 뭐지? 남의 불행을 위안 삼아 자신의 하찮음과 무력함을 외면하는 스킬?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 들렀어요. 밥하기 귀찮은데 마침 눈에 띄는 완제품 밥! 날이 더우니 날것은 패스~ 도미뱃살초밥과 장어덮밥 득템. 내돈내산 익힌 음식, 여름날의 건강 윤리. 분명 밥인데 왜 안주 같지? 이런 게 운명일까? 시장 입구 단골 족발집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죠. 족발을 사면서 벌써 행복해짐. 누군가와 같이 먹는다면 더 좋겠지만, 이런 갈망..

성서적 종말론의 실체, 이게 끝인가 보오.

코로나에 이상기후에 지구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는 종식될 기미가 없고, 이쯤 되니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쪽으로 진행 중이다. 온난화는 지구촌 곳곳에 폭염과 고온으로 산불을 일으키고, 그 반대편에선 홍수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그러니까 전염병에 불심판, 물심판, 거기다 악의 세력 등판 등 꼭 성서의 종말을 연상시킨다. 이제 인류는 끝인가? 그러나 성서적 종말은 새 세상으로 가기 위한 헌 세상 엔딩이다. 힌두 신화에서도 브라만이 창조하기 위해선 시바의 파괴가 선행되어야 한다. 거기에 보수냐, 진보냐 같은 이념은 끼어들 틈새가 없다. 변화에 가속도가 붙으니 보수보단 진보 아닐까, 그런 생각도 가능하나 그 변화의 방향에 이념이 없는데 굳이 뭘, 세상이 바뀌는 대로 적응하려고 움직이다 보니 인..

종교와 인간 2021.08.13

에바 부인과 베아트리체, 여성 생명체

연령대를 초월해 인기 있는 스테디셀러, 성장소설이지만 삶의 마디마다 생각나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의 원텍스트 '데미안'을 가장 최근에 읽었을 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 책 주요 등장인물의 남녀 성별을 바꾼다면 어떨까? 데미안의 감동이 그대로 유지될까? 아님, 새로운 감각이 열릴까? 일단 가장 중요한 주인공인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여성으로, 비중 있는 조연인 에바 부인과 베아트리체를 남성으로 바꿔보자. 이미 완성된 자기 세계를 가진 데미안 언니가 아직 미숙한 싱클레어 동생을 이끌어주고, 싱클레어는 자신이 실수에 허덕일 때마다 데미안 언니를 그리워하며 그녀와의 만남을 갈망한다. 그래서 데미안을 우연히 만났을 때 주저 없이 그녀를 미행하고 마침내 기다렸다가 극적으로 만난다. 데미안의 집으로 간 싱..

내 안의 동물농장

과거엔 동물농장이 집단으로 형성됐다면 지금은 각 개인의 내부에 동물농장이 있다. 독재자 따로 있고 모략가 따로 있고 무지렁이 백성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자아 중 독재자도 있고 모략가도 있고 백성도 있는 탓에 자아분열을 일으킨다. 각자 많이 배우고 다 같이 똑똑해진 덕에 너도나도 걸려버린 정체성의 분열, 하나의 계급으로 수렴되지 않는 계급성, 평등이 이루어낸 획일적 사유, 자유가 이루어낸 품위와 맞바꾼 욕망, 연대라는 이름의 전체주의적 폭력, 이해관계 앞에서 기꺼이 수용되는 자발적 불의 등등. 조지 오웰은 경이로운 작가이다. 오웰만큼 인간의 속성을 적확히 꿰뚫어 보고 그것을 제대로 형상화한 소설가도 없다. 그래서 ‘1984년’과 ‘동물농장’은 전체주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교과서가 되었다. 그런데..

니체의 권력 의지와 한국형 갑질의 차이

니체는 ‘권력에의 의지’에서 능동적 니힐리즘을 말했다. 형용모순 아닌가? 허무한데 뭘 어떻게 능동적으로 하라고? 그래서 오해를 많이 받는다. 그리고 악용되기 딱 좋다. 단어만 나열해 보면, 인생은 어차피 허무한 것이니 쓸데없이 작위적인 선악 따지지 말고, 능동적으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의지를 갖고 권력을 쟁취하라는 말 같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권력에의 의지가 있으니 약자의 위치에서 타인에게 벌레처럼 짓밟힐 것인지, 아니면 옳은 척 착한 척 가식 떨지 말고 타인을 짓밟을 힘을 갖출 것인지 선택하라는 협박처럼도 들린다. 그래서 강자가 되란 말로 착각하고 권력 투쟁을 합리화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니체가 좀 더 용감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럼 쇼펜하우어처럼 됐을까? 위에서 아래를 깔아보며 인생 뭐 있어, 즐기..

공정이 뭐?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베이컨이 우상론에서 말했듯 우린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간이란 관점의 제약(종족의 우상)과 개인의 경험치에 제한받는 인식(동굴의 우상)은 우리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고, 사유의 관성화를 유도하는 언어의 사용(시장의 우상)과 권력과 권위에 복종하는 습성(극장의 우상)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익힌 생존전략이기에, 여기서 벗어난다는 것은 되려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다. 당장 나의 허물을 덮어줄 내 가족, 내 진영이 없는 사람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냉정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처럼 우상론을 기본적으로 장착한 상황에서 공정이란 서로의 허물을 덮어줄 관계를 공고히 하는 단계를 말한다. 그래서 우린 유명한 3대 연고주의가 발달했다. 혈연, 지연, 학연. 못 믿을 놈 천지인 세상에서 그나마 ..

정치의 계절, 흔들려야 유권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누구를 지지하든 그건 개인의 선택 문제일 뿐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또는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그 역시 욕먹을 일이 아니다. 우린 정치적 자유가 있는 사회니까. 현대사회가 투표율이 낮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개념이 없다든지 의식이 없다든지 폄훼할 근거도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는 투표할 자유가 있는 만큼 투표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다만 선거 결과에 대해 공동체가 책임을 나누어지면 되는 거다. 그게 민주주의니까. 바로 이 지점, 공동운명체의 구성원으로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때문에 우린 투표라는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의 태반은 누가 너무 좋아서라기보단 누가 너무 싫어서 역선택해야 하는 ..

실존주의와 자살, 죽음을 의지해도 될까?

인천대교에 차를 두고 20대 공무원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직 행방을 알 수 없어서 수색 중이나 차 안에서 유서가 발견됐단다. 이 사건 전에는 네이버에 다니는 40대 가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못 이겨 자살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우리나라 자살률 높은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령대도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고르게 자살률이 높다. 왜 그럴까? 실존주의는 학자에 따라 스펙트럼이 넓지만 느슨하게 묶으면 개인의 선택과 의지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살을 해선 안 된다, 그렇게 실존주의적으로 말할 순 없다. 내 생명은 온전히 내 것인데 누구 뭐라 할 수 있을까. 다만 유신론적 실존주의는 자기 안의 신과 소통을 좀 해야 할 것이고, 무신론적 실존주의는 맹목적인 생존본능을 포기할 만한 설득력이 좀 필요할 것이다...

강자 동일시_강수돌

이 책은 제목에서 아, 강자와 동일시 하지 말란 얘기구나! 너무 정직하게 저자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소제목도 그렇다. Part 1 경쟁은, 우리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가 1. 경쟁은, 우리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가? 2. 무엇에, 우리는 중독되어 있는가? 3. 나부터, '돈중독' '일중독' 벗어나기 Part 2 '중독'에서 깨어나 생명의 길로 1. 무엇이, 우리의 삶을 왜곡하는가? 2. ‘중독’에서 깨어나 생명의 길로 3. 생태민주주의를 향하여 그렇다! 제목만 봐도 옳은 소리, 좋은 소리란 걸 알겠다. 이게 가능하면 오죽 좋을까. 그래도 이상이란 가져봐야 맛이니까 넘어가고, 그래서 저자는 '국민총생산'에서 '국민총행복'으로 생각을 전환하자 제안한다. 역시, 이상이란 그려놔봐야 그게 또 지향점이 되니까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