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인간

성서적 종말론의 실체, 이게 끝인가 보오.

아난존 2021. 8. 13. 06:04

 

코로나에 이상기후에 지구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는 종식될 기미가 없고, 이쯤 되니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쪽으로 진행 중이다. 온난화는 지구촌 곳곳에 폭염과 고온으로 산불을 일으키고, 그 반대편에선 홍수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그러니까 전염병에 불심판, 물심판, 거기다 악의 세력 등판 등 꼭 성서의 종말을 연상시킨다. 이제 인류는 끝인가?

 

그러나 성서적 종말은 새 세상으로 가기 위한 헌 세상 엔딩이다. 힌두 신화에서도 브라만이 창조하기 위해선 시바의 파괴가 선행되어야 한다. 거기에 보수냐, 진보냐 같은 이념은 끼어들 틈새가 없다. 변화에 가속도가 붙으니 보수보단 진보 아닐까, 그런 생각도 가능하나 그 변화의 방향에 이념이 없는데 굳이 뭘, 세상이 바뀌는 대로 적응하려고 움직이다 보니 인간도 세상도 변했다? 그렇다면 진화다! 그리고 진화는 가치의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명체가 변화되는 것일 뿐, 당장 눈앞에서 기존의 구조와 관습이 무너지는데 여기에 무슨 시시비비가 있을까.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문제에 대한 각성은 보수일까, 진보일까? 당장 생존이 위협받는데, 여기서 기존의 인류와 시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환경보호를 해야 한다고 하면 보수고, 인류가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면 진보인가? 이때 둘의 해결 방법이 다르긴 할까? 당장 코로나19가 인류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데, 여기서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상의 대립이 각기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게 하는가? 누군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해서 백신을 안 맞겠다고 하면 그건 진보적 행동인가, 보수적 행동인가?

 

한국 사회에서 진보냐, 보수냐 같은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정당별 지역별 성별 세대별 차이는 있어도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딱히 없다. 그러니까 통념상 정당 지지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약속된 관습의 영역일 뿐이지, 그게 신념이나 가치 또는 지향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수라고 자유를 중시하고, 진보라고 평등을 중시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자유 없는 평등은 획일화된 전체주의고, 평등 없는 자유는 개인의 욕망 충족이 지상과제인 동물의 왕국이다. 동물의 왕국이 되면 최소한 사자는 좋을 거 같지만, 수사자 한 마리가 다수의 암사자를 차지하는 세렝게티의 세계에선 누구도 맘 편히 살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보면 평등은 경쟁에서 이긴 자들과 유리한 출발선에 있는 자들이 원치 않고, 자유는 개인의 선택이 부담스러워 알아서들 반납한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전에 내가 속한 집단의 결정을 자신의 선택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평등은 억울해하고 자유는 무서워한다. 그래서인지 원망도 많고 분노 폭발도 잦다. 이렇게 더 나아갈 방향이 없을 때 기존판이 뒤집히는 것, 그것이 성서적 종말이다. 도저히 기존의 개념이나 사회구조로는 더 이상 현상 유지가 어려울 때, 새 세상에 대한 염원들이 모여 임계점을 넘으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다. 그것이 새 하늘 새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