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이 된다는 것 42

들뢰즈의 동물성, 사면농단, 한국형 보수와 진보의 차이

성질 급한 한국인답게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대통령 특별사면은 없어져야 한다. 삼권분립의 취지인 권력의 균형과 견제에도 어긋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만인 평등에도 불합치한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임금의 은혜는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30일 단행된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에 ‘사면농단’이란 말도 생겼다. 이 무슨 구시대적 퇴보인가? 그런데 또 작금의 내로남불 대유행 시대를 살아가면서 드는 생각 하나, 이 현상이 우리나라 한정판이 아니라 글로벌하다는 것.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는 인간성과 동물성을 구분했는데, 이때의 동물성이 인간성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원초적이며,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기계성에 가깝다. 미래 현실을 다루는 영화 중 복제인간이 진짜 인간보다 더 따뜻하고, 지능형 로봇이 현..

2023 국운 예언 유튜브 무당 대략 총정리

유튜브 특성상 전수조사는 어렵고, 조회 수 많은 인기 영상과 알고리즘을 타고 올라온 영상 등 20여 개를 시청한 결과 2023 국운은 엉망진창 좌충우돌이다. 물난리, 불난리, 지진, 기후 악화, 일부는 전쟁 발발까지 이런 난리 난리 개난리도 없다. 전 세계가 위험하니 우리나라라고 안전하랴. 일단 경제는 한결같이 조심 조심 또 조심이다. 투자보단 현상 유지와 현금 보유를 공통으로 주문하는데, 이는 경제 유튜브의 일반적인 경제 전망과 일치한다. 코로나 때 흐드러지게 풀어놓은 돈들을 거둬들여야 하니 경제 위기는 전 세계가 빼박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다. 더하여 각국에 불어닥친 경제 위기가 전쟁을 탈출구로 삼지 않도록 눈치 보기가 필요한 시기다. 우리도 북한 문제가 있어서 안심할 수 없고, 과거처럼 전쟁 당사국..

핼러윈의 악몽, 귀신의 해코지

악령이 해코지 못 하도록 악령 분장을 하는 풍습에서 비롯됐다는 고대 켈트족의 문화인 귀신분장 축제는 이후 가톨릭에 의해 ‘성인의 날’ 전야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즉 핼러윈 이브가 된 것이다. 이는 예수 탄신일인 크리스마스가 당시 로마의 최고 인기신인 태양신 미트라의 생일인 것과 같은 이유다. 기존의 토착문화가 새로운 지배문화와 접목되면서 민중의 풍속이 제도화되는 과정, 그 속에서 민중의 자발적 에너지를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는 방식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로 넘어온 핼러윈데이가 그런 발생적 의미를 담고 오지는 않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경험했듯 우린 축제가 부족한 민족이다. 놀 타이밍에 제대로 놀지 못해서 개인이나 사회나 노는 것에 갈증을 느끼고 있달까, 게다가 우리 조상님들의 특징이 ‘음주가무’라고..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엔 사건, 사고가 많다. 한국 민족종교에선 지금을 가을이 오기 위한 해원의 시대라고 하니 그 원을 풀기 위해선 시끄럽고 요란할 수밖에 없고, 기독교적으로 보자면 새 세상이 오기 위해선 옛것이 무너지는 시기가 먼저 와야 하는 거고, 힌두교적으로 봐도 창조가 시작되려면 반드시 파괴가 먼저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어차피 세상은 망조라는 거냐? 그럴 것이다. 아마도 와야 하는 건 올 수밖에 없는 거, 그게 개인이든 세상이든 그런 거니까. 그러니까 이런 전환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 각자에게 남은 건 각자 자신을 돌보는 것, 그것이 전부라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그건 자신을 지키는 일, 그것뿐이다. 자신의 분노를 다스리며 나를 지키든, 남을 도우며 나를 지키든, 내 일..

미친 것 같은 세상에 미칠 것 같은 사람들

하늘은 맑고 높고 햇살은 청결하고 바람도 순결한데, 이런 자연이 태풍을 품고 있다니 이번 주말도 녹록지 않겠다. 코로나는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전염병도 슬슬 시작되고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은 지금도 감당이 안 되는데 이게 시작이란다.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이 폭우에 잠기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 폭우는 그나마 낫네 해야 하는 게 기후적 위안이라면 위안, 남의 불행을 나의 안도로 삼는 몹쓸 인간성, 그러나 어쩔 것인가. 정치 이슈로 가면 더 미친 것 같은 세상, 내가 잘되는 건 이미 포기했으니 네가 안 되는 걸로 목표를 바꾼 사람들의 목숨을 건 격투장. 우리 사회가 다른 분야는 일류인데 정치만 삼류라는 그런 얘길 꽤 오래전부터, 마치 기원이 모호한 오래된 경전 속 글귀처럼 구비문학으로 전..

“왜 나만 갖고 그래?”

세상이 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다 그러면서, “왜 나만 갖고 그래?” 이 유명한 문장을 남긴 사람은 지금 세상에 없지만, 이 말의 유용성은 점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너라면 안 그럴 거 같아? 너나 나나 다 같은 욕망의 화신인데, 솔직히 말해 기회가 없어서 죄를 못 지은 거지, 너라고 별수 있어? 약자라서 법 앞에 납작 엎드려 산 걸 마치 양심 때문인 듯 포장하지 마, 그런 가식이 더 역겨워. 현 사회 우리가 마시는 공기는 이런 느낌? 우리 사회만 유독 가파른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가 새 판짜기에 돌입했으며, 그 바람에 기존 질서의 전복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중이다. 명분 따위 개나 줘버려, 이제부턴 가면 벗고 쌩얼굴로 노는 거야, 어차피 대중도 예전의 대중이 아니라서 위선 떠는..

메타버스와 영성의 시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어마어마한 영성 관련 영상들을 보면 드는 생각, 아 종교의 시대가 가고 영성의 시대가 온다더니 그때가 지금인가? 내가 보는 영상들의 친숙함엔 알고리즘의 수고스러움이 한몫하겠지만 그 알고리즘이 영상 제작까지 하는 건 아니니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영성 폭발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난다. 그렇게 개인주의와 글로벌이 만나는 지점에서 초자연성이 주목받는다. 즉 인터넷은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데 그 연결망의 단위가 개개인이다. 그리고 각 개인은 자신이 선택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인터넷이란 우주 속에 우리 각 개인은 모두 독자성을 가진 행성이라니, 놀랍다. 인터넷은 영적 전선인 텔레파시처럼 작동한다. 같은 진동끼리 끌어당기고 주파수를 맞추어 시크릿의 세계를 이룬다고 말하는 것과 유튜브의..

윌 스미스 폭력 사태를 대하는 우리의 반응, 유머와 조롱의 경계

유명 배우 윌 스미스가 생방송 중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는 모습이 전 세계로 전파를 탔다. 헉! 세상에 이런 일이! 그 장면이 너무 낯설어서 순간 연출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현장 분위기도 그랬단다. 시상자인 크리스 록의 농담이 윌 스미스의 아내인 제이다 핀켓을 화나게 해서 그랬다는 건데, 참 예측불허의 시대다, 별일이 다 일어난다. 거기다 제이다 핀켓은 본인도 유명 배우다, 사생활이 기사가 되는 직업군, 자신의 외모가 곧 고급상품이며 자신의 인생이 곧 자산가치인 셀럽.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기에 고액의 출연료와 광고료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그것도 넘사벽 셀럽들의 파티, 대중에게 영화라는 상품의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행사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런데..

2022 대선과 에난티오드로미아

내일이면 대선이 끝난다. 사전투표율 36.93%,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이라 하나 사전투표 시행이 2013년부터이니 10년 된 제도가 점차 정착되는 현상으로 보인다. 다만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인 만큼 높은 사전투표율이 양 진영에는 막판 결집의 신호로 수신된다. 안철수 단일화로 역풍이 불었을까 기대하는 진영과 순풍의 흐름에 속도가 붙었을까 희망하는 진영 서로가 높은 사전투표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하면서 내심 불안한 마음도 감추지 못한다. 정치권이 이번 선거만큼 국민 눈치를 본 적이 있었던가? 세대별 지역별 성별 점검하고 행여나 빠질세라 꼼꼼하게 눈치를 보고 또 본다. 국외적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내적으론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발령,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코로나19의 일상화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