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어마어마한 영성 관련 영상들을 보면 드는 생각, 아 종교의 시대가 가고 영성의 시대가 온다더니 그때가 지금인가? 내가 보는 영상들의 친숙함엔 알고리즘의 수고스러움이 한몫하겠지만 그 알고리즘이 영상 제작까지 하는 건 아니니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영성 폭발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난다. 그렇게 개인주의와 글로벌이 만나는 지점에서 초자연성이 주목받는다. 즉 인터넷은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데 그 연결망의 단위가 개개인이다. 그리고 각 개인은 자신이 선택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인터넷이란 우주 속에 우리 각 개인은 모두 독자성을 가진 행성이라니, 놀랍다.
인터넷은 영적 전선인 텔레파시처럼 작동한다. 같은 진동끼리 끌어당기고 주파수를 맞추어 시크릿의 세계를 이룬다고 말하는 것과 유튜브의 알고리즘 시스템은 매우 유사하다. 관심을 가진 주제에서 출발하여 생각지도 못한 관심을 갖게 만든다. 그 과정이 무의식의 세계처럼 내 의지가 아닌데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게임의 캐릭터면서 게임 개발자란 영적 논리가 인터넷 세계에서 수시로 일어난다. 흩어져 있는 정보를 따라가는 수동적 캐릭터면서 동시에 게임을 멈추거나 새로운 규정을 만들 수 있는 능동적 기획자기도 하다.
아직은 생소한 메타버스의 세계도 그렇게 본다면 낯설지만은 않다. 메트릭스의 세계는 캐릭터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통제 사회이나 메타버스의 세계는 캐릭터가 자신의 의지대로 환경을 선택할 수 있다. 마치 영의 세계에서는 시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주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니까 과학기술로 영의 세계를 현실화시키는 것, 생각이나 감정 같은 비물질계를 오감이 지배하는 물질계로 구현하는 것, 그런 걸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오! 세상에나, 생각할수록 놀랍다.
과학과 종교의 대립 시대가 가고 이성과 감성이 만나는 시대가 온다! 근사하지 않은가! 사람마다 각자의 세계를 창조하며 자신이 실현 주체자로서 사는 세상, 그것이 과학은 메타버스의 일상화로 구현되고 종교는 영성의 시대로 대체되며 안착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오늘날의 전환기 이후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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