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피드의 돌 4

4화 동요하는 사람들

서 있는 사람들 마을에 나우가 나타난 지 3일이 지났다. 평화롭던 마을에 불안감이 고여 들기 시작했다. 나우를 내쫓아야 한다는 마을 사람들의 메시지가 수시로 가온에게 도달됐다. 그러나 더 많은 숫자의 주민들은 망명자나 다름없는 나우를 자신들의 마을에서 내쫓는 건 죽음으로 모는 길이란 걸 알기에 침묵했다. 나우는 기계마을 간의 공동규약을 관장하는 글로벌 협의체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우가 알고 있던 위치에 글로벌 협의체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술협약 회의에 참석하느라 지도자를 따라갔던 그곳에는 커다란 저수지만 있었다. 나우는 초조했다. 설상가상 서 있는 사람들의 마을에선 나우를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돌기 시작했다. 나우가 이 마을에 온 지 6일째 되는 날, 가온은 나우에게 정오의 태양 ..

솔라피드의 돌 2022.11.19

3화 아우라의 발견

이곳은 참 조용한 곳이구나, 나우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발소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해서 자신이 움직이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조심조심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나우는 가온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랬는데 뜨헉!! 이건 또 뭐야? 아래층 로비 오픈 회의실 원형 탁자에 언제부터 모여 있었는지 모를 주민들이 빼곡하게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나우의 눈에 들어왔다. 홀로그램인가 싶을 정도로 미동도 없는 이들, 나우는 이들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살아 있는 인간들이 맞긴 한 거냐? “어서 오세요. 우리에게 할 얘기가 있으시죠?” 가온은 나우를 원형 탁자로 안내했다. 주민들이 나우에게 눈과 미소로 인사를 보냈다.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낯선 외지인에 대한 경계를 말끔히 풀어버렸다. 나우는..

솔라피드의 돌 2022.01.16

2화 나우의 전언

“저를 경계하지 마세요. 저는 이 마을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려 주러 왔습니다.” 나우는 자신이 차고 있는 라이프워치의 불이 빠르게 깜박이는 것을 보며 말했다. 라이프워치엔 경고 기능이 있는데 심각성이 감지될수록 불빛이 빠르게 깜박였다. “제가 사는 세 번째 기계 마을은 공학 기술자가 많아 전력이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전력으로 공기 정화도 하고 정수 시설도 비교적 잘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돌, 저희는 이 돌을 솔라피드라고 부릅니다. 이 돌의 정화 능력을 일찍이 발견해서 주민마다 이 돌을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나우는 겉옷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 안내자에게 보여 주었다. 가죽끈으로 된 가느다란 줄에 작고 빛나는 보랏빛 돌멩이가 달려 있었다. “마지막 머스킹 우주선이 지구를 떠날 때 저희 ..

솔라피드의 돌 2022.01.12

1화 지구탈출 좌절의 시대 이후

서기 2300년, 지구는 기후 환경의 악화로 소수의 사람만 살아남았다. 우주로 나가려던 200년 동안 지구탈출 계획은 번번이 틀어져 이젠 그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지구 밖의 다른 행성에 희망을 걸고 머스킹 우주선을 탔던 사람들은 그대로 소식이 두절, 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지구인들은 2100년에서 2300년까지 그 200년간을 지구탈출 좌절의 시대라 기록한다. 그렇게 인류는 800년간 유지해온 제국주의 시대를 강제로 종료하게 되었다. 자산가와 권력자가 아니면 머스킹 우주선을 탈 수 없었기에 200년간 지구는 그들을 우주 신민지 개척이란 명목하에 우주로 보냈고, 지구는 자연스럽게 소규모 공동체 단위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태양이 정오를 지나고 있어. 태양과 일치할 시간이야.” 밭에서 일..

솔라피드의 돌 202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