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4

“왜 나만 갖고 그래?”

세상이 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다 그러면서, “왜 나만 갖고 그래?” 이 유명한 문장을 남긴 사람은 지금 세상에 없지만, 이 말의 유용성은 점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너라면 안 그럴 거 같아? 너나 나나 다 같은 욕망의 화신인데, 솔직히 말해 기회가 없어서 죄를 못 지은 거지, 너라고 별수 있어? 약자라서 법 앞에 납작 엎드려 산 걸 마치 양심 때문인 듯 포장하지 마, 그런 가식이 더 역겨워. 현 사회 우리가 마시는 공기는 이런 느낌? 우리 사회만 유독 가파른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가 새 판짜기에 돌입했으며, 그 바람에 기존 질서의 전복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중이다. 명분 따위 개나 줘버려, 이제부턴 가면 벗고 쌩얼굴로 노는 거야, 어차피 대중도 예전의 대중이 아니라서 위선 떠는..

드라마 ‘지옥’, 선악은 누가 정하나?

드라마 ‘지옥’에서 감독은 새 진리회 1대 의장의 입을 빌려 묻는다. “공포 말고 사람을 정의롭게 할 수 있는 다른 뭐가 있습니까?”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보통 사람들의 이기주의가 서로를 죽게 하지 않나요?” 30년 넘게 이 화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로선, 그래서 드라마 ‘지옥’이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나를 괴롭히는 인간 혐오주의는 대놓고 나쁜 놈, 그냥 DNA가 사탄의 피인 악당들 때문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연민 유전자가 부재한다는 그런 놈들이야 뭐 어쩔 것인가. 그렇게 태어난 게 자신의 선택적 의지가 아니라니까 살면서 만나게 되면 피하고 조심할밖에. 그런데 다수를 차지하는 소위 보통 사람들, 그들과는 싸울 명분도 매력도 없다. 왕따를 방조하는 조직엔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