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와 웹툰 22

아바타2 부모의 길, 금쪽같은 내 새끼 재질

아바타1의 여운 때문에 아바타2는 더더욱 아쉽다. 물과 바다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내셔널지오그래픽도 아닌데 시각적 효과만으로 3시간 12분을 견디는 건 무리다. 아무리 제임스 카메론이라 해도, 아무리 13년을 기다려온 아바타2라 해도, 스토리를 개나 줘버린, 금쪽같은 내 새끼 영화 버전은 너무하다. 야속한 카메론... 아바타1 같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왜... 제작비를 너무 들인 게 문제였을까, 질질 끌리는 스토리는 이후 아바타 5편까지 가져가야 해서 그럴 테고,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는 주인공 교체를 하기 위해서? 주연급들 출연료가 너무 비쌌나? 가장 믿음직한 장남을 죽여 철부지 차남을 숙성시키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는 진부고 구태고를 떠나 너무 촌스러워서 질리기까지 한다. 대체 애들의 실수를 몇..

범죄도시2 vs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오랜만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같은 영화가. 외면하고 싶고 덮어놓고 싶은 진실을 굳이 꺼내 보여주며, 전신거울 필요 없다고, 손거울만 있으면 된다는 대중을 굳이굳이 전신거울 앞에 세워놓는 영화, 그래서 끈적하고 기분 나쁜 일상의 공포물. 인정하자니 내 얼굴에 침 뱉기, 부인하자니 내 정신에 흙탕물 붓기, 어정쩡 타협하자니 내 영혼을 건조기에 말리는 느낌? 그렇잖아도 외모도 오징어인데 내면마저 반건조 오징어가 되게 만드는 영화. 관객은 영화를 보는 그 잠깐만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범죄도시2가 흥행에 성공하는 거 아닌가. 선악구도 확실한 상황에서 정의의 슈퍼맨이 통쾌하게 악인을 작살내주는 서사는 어쨌든 대리만족감을 준다. 사람을 생선처럼 다루고 화면 전체가 피칠갑이 되도, 이 모든 ..

이터널스, 인간은 창조신의 고단백 지적 영양갱

마블의 세계관이 더 갈 데가 없어졌다. 극단적인 지구멸망 음모가 있어야 영웅의 등장에 개연성이 생기는데 악당으로 우주의 질서 유지자 타노스까지 나온 마당에 더 이상 영웅을 돋보이게 할 빌런의 존재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스펙터클의 영웅 서사를 위해 스토리를 장엄하게 만들어줄 빌런, 왜냐면 빌런이 시시하면 영웅도 시시해지니까. 그래서 영화 이터널스는 악당으로 최고 지존인 창조신을 등장시켰다. 행성을 계란 껍데기 삼아 성장하다가 완성되면 깨어나서 먼저 태양을 만들고 그 태양을 중심으로 태양계를 만들어 수십억의 생명을 창조하는 존재 셀레스티얼, 역할은 딱 창조신인데 문제는 하나의 셀레스티얼이 탄생하기 위해선 기존 행성의 모든 생명체가 전멸한다는 거. 그러니까 지구 행성 깊숙한 곳에 있는 셀레스티얼이 태어나려면..

넷플 영화 ‘돈룩업’, 이러다 진짜 다 죽음

동시대 같은 공간에 살고 한 언어를 사용해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 왜? 정치인은 권력 때문에 사업가는 돈 때문에 방송인은 시청률 때문에, 그럼 일반인들은? 다수의 보통 사람들도 무겁고 불편한 진실보단 유쾌하고 자극적인 가십이 좋다. 그래서 6개월 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다 죽을 거란 박사수료생의 절규는 인기 절정의 여가수가 받은 공개 프러포즈에 묻혀버린다. 듣고 싶지 않으니 안 들리고 보고 싶지 않으니 안 보인다. 그래서 제목이 ‘올려다보지 마’, 혜성 그까이거 떨어지면 뭐, 오히려 돈이 되는 광물을 덕지덕지 달고 오니 부자가 더 부자 되는 절호의 기회지, 이래서 서민은 부자가 못 되는 거야, 눈앞에 온 기회를 잡을 줄 몰라. 그렇게 세계 패권국인 미국은 온 인류가 최선을 다해 공동의 노력을 해..

드라마 ‘지옥’, 선악은 누가 정하나?

드라마 ‘지옥’에서 감독은 새 진리회 1대 의장의 입을 빌려 묻는다. “공포 말고 사람을 정의롭게 할 수 있는 다른 뭐가 있습니까?”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보통 사람들의 이기주의가 서로를 죽게 하지 않나요?” 30년 넘게 이 화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로선, 그래서 드라마 ‘지옥’이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나를 괴롭히는 인간 혐오주의는 대놓고 나쁜 놈, 그냥 DNA가 사탄의 피인 악당들 때문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연민 유전자가 부재한다는 그런 놈들이야 뭐 어쩔 것인가. 그렇게 태어난 게 자신의 선택적 의지가 아니라니까 살면서 만나게 되면 피하고 조심할밖에. 그런데 다수를 차지하는 소위 보통 사람들, 그들과는 싸울 명분도 매력도 없다. 왕따를 방조하는 조직엔 침묵..

영화 듄, 그립고 아쉬운 대항해시대 그리고 중세

영화 듄의 평가는 극단적이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인데, 나는 어느 쪽이냐면 극호 쪽이다. 왜냐, 시간적 배경이 엄청 미래인 10191년이지만 그냥 대놓고 중세인 것도 좋고, 주인공이 전형적인 사기캐에 지능형 사색남인 것도 좋고, 서양의 제국주의를 티나게 뽀샵한 것도 좋다. 백인에게 대항해시대는 얼마나 달콤하고 우월한 기억인지 숨기지 않아서 좋다. 종교적 고뇌는 티나는 뽀샵질 중 하나일 뿐이다. 원저자인 프랭크 허버트가 “초인(슈퍼히어로)은 인류에게 재앙이다.”라는 인터뷰로 반메시아 사상을 전했다고 하는데, 그게 진심이라면 중세적 질서로 장엄함을 배치하고 주인공 폴에게 메시아적 이미지를 몰빵했을까? 폴은 공작인 아버지의 피와 황제의 막후 세력이며 신비한 힘을 가진 종교집단인 베네 게세리트인 어머니..

혼자서 뜰을 거니시는 하느님 - 어른을 위한 성경 동화

방영미 글·그림 | 종교·가톨릭·문학 | 올컬러 192쪽 | 12,000원 힘겨운 시대를 꿋꿋하게 살아가는 어른을 위한 성경 동화 사는 게 버거운 어른들에게 잠깐 쉬어가라고, 기꺼이 어깨를 빌려주는 책 책 소개 성서는 매우 재미있는 책이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좋은 점이나 장점만 나오지도 않고,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해서 죄를 짓지 않는 것도 아니다. 탐욕과 무지와 교만이 범람하는 세계, 그래서 멸망과 재건을 반복하며 어리석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렇듯 성서는 내 얘기 같고 우리 얘기 같은 것들이 잔뜩 담겨 있다.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성서는 권위에 압도돼 제대로 읽히지 못했다. 성서를 하느님의 경건한 말씀이라거나, 이스라엘의 역사라거나, 계시받은 사람만 해석할 수 있다거나, 그런 식으로 금고 안에..

강자 동일시_강수돌

이 책은 제목에서 아, 강자와 동일시 하지 말란 얘기구나! 너무 정직하게 저자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소제목도 그렇다. Part 1 경쟁은, 우리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가 1. 경쟁은, 우리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가? 2. 무엇에, 우리는 중독되어 있는가? 3. 나부터, '돈중독' '일중독' 벗어나기 Part 2 '중독'에서 깨어나 생명의 길로 1. 무엇이, 우리의 삶을 왜곡하는가? 2. ‘중독’에서 깨어나 생명의 길로 3. 생태민주주의를 향하여 그렇다! 제목만 봐도 옳은 소리, 좋은 소리란 걸 알겠다. 이게 가능하면 오죽 좋을까. 그래도 이상이란 가져봐야 맛이니까 넘어가고, 그래서 저자는 '국민총생산'에서 '국민총행복'으로 생각을 전환하자 제안한다. 역시, 이상이란 그려놔봐야 그게 또 지향점이 되니까 따..

영화 ‘미나리’에 나타난 교회의 의미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다시 조명받는 영화 ‘미나리’가 극장에서 재상영 중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그다지 재미는 없다. 그렇다고 엄청 감동적이냐, 꼭 그렇지도 않다. 일상을 다루고 있으므로 보편적 경험의 공유이긴 하나 미국 이민자 1세대의 상황을 잘 모르면 그만큼 감동도 반감되는 내용이다. 그래서 한국인보단 미국인, 특히 미국 국적의 이민자들에게 더 인상적인 영화이다. 한국의 80년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88 올림픽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미지하고 신비하며 동경의 땅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다. 지금이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비록 재선엔 실패했지만 이런 사람도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추앙받는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과 코로나 대응의 후진성으로 아메리카 드림에 균..

영화 세자매 vs 미나리, 교회가 갖는 의미

영화 세자매나 미나리나 녹록지 않은 삶, 그러나 특별하지 않은 고통의 평범함, 그래서 상처가 일상화된,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감내해야 하는 것과 그래도 가족이 있어서 버틴다는 통념 사이의 어느 지점. 그런데 그 지점을 떠받치고 있는 연결고리에 교회가 있다. 세자매에서의 교회는 위선을 생산하고 포장하는 최일선의 역할을 담당한다. 가정폭력으로 네 자녀의 인격을 망가뜨린 아버지는 교회 장로이고, 가식의 표본인 둘째 미연(문소리)은 교회 성가대 지휘자이며 매 순간 주님을 소환하는 열혈 신자이다. 동생한텐 “언니가 늘 기도하는 거 알지?”, 언니한텐 “교회 다녀야지.”가 입에 붙은 사람, 식사 전 기도를 못 하는 어린 딸을 그것도 못 하냐며 식사 때마다 윽박지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