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1의 여운 때문에 아바타2는 더더욱 아쉽다. 물과 바다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내셔널지오그래픽도 아닌데 시각적 효과만으로 3시간 12분을 견디는 건 무리다. 아무리 제임스 카메론이라 해도, 아무리 13년을 기다려온 아바타2라 해도, 스토리를 개나 줘버린, 금쪽같은 내 새끼 영화 버전은 너무하다. 야속한 카메론... 아바타1 같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왜...
제작비를 너무 들인 게 문제였을까, 질질 끌리는 스토리는 이후 아바타 5편까지 가져가야 해서 그럴 테고,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는 주인공 교체를 하기 위해서? 주연급들 출연료가 너무 비쌌나? 가장 믿음직한 장남을 죽여 철부지 차남을 숙성시키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는 진부고 구태고를 떠나 너무 촌스러워서 질리기까지 한다. 대체 애들의 실수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건지, 금쪽같은 내 새끼 재질을 아바타2에서 보게 될 줄이야.
극장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시대적 사명을 내세우며 화려한 비주얼에 몰빵한 결과가 스토리를 복날 엿가락처럼 늘려 관객들의 인내를 시험하는 거? 아님, 가족의 사랑과 단합이 인류 최고의 진리임을 설파하려고? 이런 계몽주의 교육자 카메론 같으니, 영화 내내 “설리 가족은 하나다.” 이 구호를 외치는 데 공익광고 보는 줄, 하긴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에 적합한 구호이긴 하다.
아쉽다. 제작비를 생각하면 더더더 아쉽다. 왜 싸워야 하는지 고민도 없고, 오로지 내 가족만 지키겠다는 제이크의 선택도 아쉽고, 물론 해양생물학 전공자인 카메론이 바다를 보여줘야 해서 영화 배경상 주거지 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그 이유의 필연성도 딸리고, 숲의 부족을 지키겠다고 물의 부족에게 가면 다냐? 판도라 행성의 다 같은 나비족이면 모두 협력해야 침입자인 지구인들을 물리칠 수 있는 거 아닌가.
허전하다. 아바타1의 야성과 지성이 공존하는 영적 세계관을 떠올리면 더더욱 허전하다. 시종일관 가족주의 청소년 영화로 만들어버린 것에 대해 이 허전함을 달랠 길이 없다. 너무하지 않나 싶게 아바타의 신비로운 세계관을 내던져 버렸다. 지적인 동물성과 야성적인 생명성이 우아하게 조화를 이루던 신비로운 세계를 이렇게 쉽게 말아먹다니, 오호 통재라!
화면의 아름다움만으로 영화를 봐야 한다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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