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와 웹툰

넷플 영화 ‘돈룩업’, 이러다 진짜 다 죽음

아난존 2022. 3. 2. 13:36

 

동시대 같은 공간에 살고 한 언어를 사용해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 ? 정치인은 권력 때문에 사업가는 돈 때문에 방송인은 시청률 때문에, 그럼 일반인들은? 다수의 보통 사람들도 무겁고 불편한 진실보단 유쾌하고 자극적인 가십이 좋다. 그래서 6개월 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다 죽을 거란 박사수료생의 절규는 인기 절정의 여가수가 받은 공개 프러포즈에 묻혀버린다. 듣고 싶지 않으니 안 들리고 보고 싶지 않으니 안 보인다.

 

그래서 제목이 올려다보지 마’, 혜성 그까이거 떨어지면 뭐, 오히려 돈이 되는 광물을 덕지덕지 달고 오니 부자가 더 부자 되는 절호의 기회지, 이래서 서민은 부자가 못 되는 거야, 눈앞에 온 기회를 잡을 줄 몰라. 그렇게 세계 패권국인 미국은 온 인류가 최선을 다해 공동의 노력을 해도 피할까 말까 한 지구멸망의 위기를 덥석 천우신조로 오판해 다 같이 죽는다. 제대로 된 정보를 줘도 알아듣지 못하는 세상은 그렇게 혜성과의 충돌로 은하계에서 사라진다.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좋아하는 미국영화답게 기존 양식에 따라 그래도 주연급 중 몇은 생존시킬 줄 알았는데, 자신의 자리에서 양심적이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까지 작정하고 싹 다 죽인다. 아 뭐지? 이런 느낌? 그래서 이 영화는 새롭다. 하긴 다 망하고 버려진 지구에 무슨 희망이 있다고,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식사를 나누며 같은 시간에 죽는 게 더 자비로운 결말일지도.

 

그래서일까, 우주선 내 동면 상태로 지구를 탈출한 최상위층 2,000명은 22,740년 후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낯선 동물들에게 먹잇감이 될 운명에 처한다. 지구에선 최상위 포식자였던 그들이 이제 피식자가 되어 도망 다니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아마도 감독은 그들에게 말도 안 통하는 동물들에게 잡아먹히게 함으로써 쉽게 그들을 용서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같은 맥락으로 쿠키영상에 등장한 최후의 생존자가 대통령의 망나니 아들인 것도 막막하고 고독한 삶이 죽음보다 잔인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장르가 블랙코미디란 걸 고려해도 지독하게 과한 풍자와 격한 조롱이 2시간 19분 내내 빈틈없이 관객을 강타한다. 그런데 그게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왜냐, 현실에 있을법한 유형들이라 개연성을 확보한 덕에 그다지 괴리감이 생기지 않기에. 아마도 맥케이 감독은 인간종을 개과천선이 불가능한 생물이라 여기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도 죽음으로써 안식을 얻는다.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사람은 죽은 자뿐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