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이 된다는 것

2023 국운 예언 유튜브 무당 대략 총정리

아난존 2022. 12. 27. 23:01

 

유튜브 특성상 전수조사는 어렵고, 조회 수 많은 인기 영상과 알고리즘을 타고 올라온 영상 등 20여 개를 시청한 결과 2023 국운은 엉망진창 좌충우돌이다. 물난리, 불난리, 지진, 기후 악화, 일부는 전쟁 발발까지 이런 난리 난리 개난리도 없다. 전 세계가 위험하니 우리나라라고 안전하랴.

 

일단 경제는 한결같이 조심 조심 또 조심이다. 투자보단 현상 유지와 현금 보유를 공통으로 주문하는데, 이는 경제 유튜브의 일반적인 경제 전망과 일치한다. 코로나 때 흐드러지게 풀어놓은 돈들을 거둬들여야 하니 경제 위기는 전 세계가 빼박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다.

 

더하여 각국에 불어닥친 경제 위기가 전쟁을 탈출구로 삼지 않도록 눈치 보기가 필요한 시기다. 우리도 북한 문제가 있어서 안심할 수 없고, 과거처럼 전쟁 당사국만 작살나고 주변국은 전쟁특수를 누리던 때와 달리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 글로벌 시대다 보니 이제 남의 나라 전쟁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게다가 우린 휴전 중인 나라고 북한 체제는 매우 독특하고 기이한데다 우릴 둘러싼 사방이 강대국이라 매사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극소수만 국내 전쟁 발발을 예언했고 대다수 무당은 전쟁 위기만 예언했다. 조심하란 얘기다. 그리고 3차 대전은 일단 내년은 아니란 게 중론이다.

 

정치 얘기 나오면 일단 화내는 무당들이 많다. 나는 정치 모른다, 전혀 관심 없다고 운을 떼지만 찐으로 화를 내는 걸로 봐선 정치에 관심이 없지 않다. 예부터 민심은 천심이라 했으니 대중의 분노를 무당이 대리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대중의 분노가 양분돼있는 만큼 무당들의 분노 방향도 양분돼있다. 비율로 보면 현 야당 지지도가 1.5(?) 정도 더 높다.

 

대통령 탄핵 질문에는 윤통 내외가 내년이 삼재라서 위기라는 예언이 지배적이다. 다만 실제 탄핵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무당은 소수였고 다수는 탄핵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는 조언 형식이다. 주목할 점은 윤통보다 김건희 씨에 대한 점사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무당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궁금, 불안, 기대, 호기심은 당연지사라 국운 예언 콘텐츠가 인기 있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인지 신력이나 주역 외에 타로 점사로 국운을 보는 것도 유행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점, 왜 이들 예언은 불일치할까?

 

일단 무당 개인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각 개인은 자신의 경험치와 인지능력 안에서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으니까. 더불어 신내림 받은 강신무의 경우는 그 빙의한 신령의 특성이나 지적 정보적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리고 한 번 빙의했다고 그 신령이 영원히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 무당이 기도를 많이 하지 않아 신전이 탁해지면 몸주로 왔던 신령이 그 무당을 떠나기도 한다.

 

물론 사기꾼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사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당도 많을 거라 짐작은 된다. 왜냐, 사기죄의 처벌이 약하고 사기와 처세가 혼용되며 사기를 내공으로 아는 사람이 즐비한 사회 분위기상 무당 세계라고 예외일까. 그러니 싸잡아 특정 직군을 모두 사기 집단으로 매도하진 말자.

 

그리고 흥미로운 지점은 유튜브 세계가 영성의 세계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중 으뜸이 알고리즘의 원리인데 이게 끌어당김의 법칙과 아주 유사하다. 영성의 세계에선 나의 진동 주파수가 특정 사건과 현상을 선택적으로 끌어당긴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알고리즘도 나의 관심사를 선택적으로 끌고 오니 둘 다 기존의 내 세계가 더욱 견고해진다는 얘기다.

 

이런 원리로 행복한 사람은 더 행복해지고 불행한 사람은 더 불행해진다는 주장이 나오는 거고, 이게 경제로 가면 부익부 빈익빈이 된다. 세상을 우울하고 어둡게 보면 나의 세계가 그것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 나의 선택이 나를 이루는 환경과 주변을 만든다는 점에서 유튜브의 알고리즘과 영성 또는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끌어당김이 서로 통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상담학이나 사회학에서 말하는 장이론과 만난다. 그래서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가진 각 개인은 고유한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이런 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할수록 공론장에서 소통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래서 관계 중심적인 mbti가 어마무시하게 유행해도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극단적인 배려로 인해 개인의 고립은 앞으로 더 강화될 예정이며, 이런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상징성만 남은 특정 집단이나 우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언제까지?

 

영혼의 안정감과 개인의 자유를 만끽하며 자연과 인간에 대한 충만감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인류의 다수가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