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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가르닉 효과와 음모론의 관계 – 세월호, 천안함, 손정민

왜 어떤 기억은 특히 더 안 잊힐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런 걸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한단다. 미완성 효과, 그러니까 실수나 미해결 과제가 더 많이 기억에 남는 것을 말한다. 관계든 일이든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아야 깔끔하게 잊을 수 있는데, 마무리가 되지 못한 것들은 기억의 저장소에서 삭제 버튼을 누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은혜도 갚아야 맛이고 복수도 당한 만큼 해줘야 맘 편한 것인가 보다. 과제 완수형의 인간들. 유명인 중에서도 요절하거나 자살한 사람이 대중에게 더 잊히지 않는 이유도 미완성 효과라고 하겠다. 예수를 얘기할 때도 그가 30대에 죽임을 당했다는 게 맘이 쓰이는 것처럼. 확실히 같은 성인이라도 천수를 다한 붓다에 비해 예수의 삶이 짧았던 만큼 예수의 죽음이 인류에게 더 강렬히 기억된다..

그 많은 마르타들은 이제 없는가?

예수님이 대중 설교가로 한창 인기가 좋았던 때 마르타도 예수님의 열혈팬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집으로 예수님을 모셨다. 그것은 팬으로서의 영광이며 기쁨이니까. 그런데 동생 마리아가 자신을 돕지 않고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고 있는 거 아닌가. 말씀을 듣고 싶은 마음이야 마르타도 마리아 못지않았다. 하지만 귀한 손님을 초대했으니 대접을 잘하고 싶었다. 그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이건 불공평해, 마르타는 예수님에게 마리아더러 자신을 도우라고 말씀해 달라 청했다. 그러자 예수님한테서 돌아온 대답,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38-42). 이때 마르타의 ..

종교와 인간 2021.06.15

패러다임 전환의 상징적 사건_이준석 돌풍, 손정민 비극

최근 가장 핫한 사건 두 가지는 국민의 힘 이준석 돌풍과 손정민 비극이다. 그리고 둘 다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사건 다 임계점에 이른 고정관념이 끓는 냄비의 뚜껑을 열어젖히며 엎어지는 그런 패러다님의 전환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사건들이다. 내가 기억하는 기존 패러다임을 전복한 첫 번째 사건은 2002년 월드컵이다. 한국팀이 유수의 축구 강국에 승리할 때마다, 한국 선수들은 체력이 약해서 뒷심이 부족해, 여기까진 개최국 프리미엄에 운도 따라준 거고 다음 경기는 어렵지, 이게 내 주변의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16강 넘어 8강, 8강에 이어 4강까지 이르자 좀처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시는 어르신들, 그분들의 세계관이 ..

영화 ‘미나리’에 나타난 교회의 의미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다시 조명받는 영화 ‘미나리’가 극장에서 재상영 중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그다지 재미는 없다. 그렇다고 엄청 감동적이냐, 꼭 그렇지도 않다. 일상을 다루고 있으므로 보편적 경험의 공유이긴 하나 미국 이민자 1세대의 상황을 잘 모르면 그만큼 감동도 반감되는 내용이다. 그래서 한국인보단 미국인, 특히 미국 국적의 이민자들에게 더 인상적인 영화이다. 한국의 80년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88 올림픽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미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미지하고 신비하며 동경의 땅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다. 지금이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비록 재선엔 실패했지만 이런 사람도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추앙받는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과 코로나 대응의 후진성으로 아메리카 드림에 균..

매드몬스터가 뭐? 가상의 세계, 그 믿음의 공간

부캐, 부차 캐릭터란 의미로 본캐와 구분되는, 그래서 또 다른 내가 뜨는 시대, 이 정도만 되도 그러려니 한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펭수는 탈인형 펭귄이 실존적 존재라고 암묵적으로 약속된 세계 안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펭수는 국회 청문회에 나올 수 없다. 펭수의 세계관을 지켜야 하므로,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런데 이번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매드몬스터, 두 개그맨의 유튜브 세계가 현실의 세계로 넘어왔다. 2D가 3D 세상으로 왔는데 등장 캐릭터 중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던 웹툰이 있었다. 종잇장 모양의 주인공은 완벽하고 인기 좋은 남학생으로 혼자만 그림체가 다르다. 이런 의도적인 균열이 재미있다. 형식 파괴의 쾌감은 일탈이 주는 해방감으로 지루한 상식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건..

불통이 권장되는 이유_제조되는 진실

나는 현명한 사람이 아니다. 인간관계에 서툴고 처세도 지혜롭지 못하다. 상대가 원하는 바도 잘 모르겠고 남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성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눈치가 없다. 그래서 자료에 집착하고 대립하는 의견을 두루두루 수집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소속감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진영논리를 자신의 사유체계로 수용하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4·7 재보선 후 다시 급부상한 이슈 조국과 박원순은 자꾸 타블로와 신천지를 연상시킨다. 상대 진영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이유는 보통 둘 중의 하나다. 너무 오랫동안 나와 다른 의견을 안 들어버릇해서 아예 들리지 않거나, 아니면 행여라도 들어보면 내가 흔들릴까 두려워 자신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일..

반페미니즘과 교회 여성_소유냐 존재냐

60대 이상과 20대 남성의 표심이 유사하게 나온 4·7 재보선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반감이 폭발했다. 20대 남성이 쏘아 올린 민감한 공, 반페미니즘. 여성도 군대 가라, 군 복무 기간에 공익 근무라도 하라, 군 가산점 살려내라, 여성 비율 할당제 폐지하라 등 그간 남성 역차별을 주장했으나 무시당해온 쪽에서 선거라는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채널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미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에서 20대 남성의 과반수(50.5%)가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매우 높고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에 대한 적대적이고 반감이 큰 ‘적대적 성차별·반페미니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반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여성을 약자이자 보호와 애정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온정적 가부장..

재보선 후유증, 팬심이냐 신심이냐

민주당의 재보선 완패를 둘러싼 해석이 흐드러지게 분분하다. 부산은 거의 더블 스코어로 떡패, 그러나 이보다 더 충격적인 건 서울이다. 18.32%포인트 격차라는 압도적인 표 차에 25개 지역구 전부 패배는 정치권이든 지지자든 그 결과가 무척 당황스럽다. 지겠지, 그래도 접전 끝에 지겠지, 하고 관성적으로 전망하던 사람들마저 화들짝 놀랐다. 그러면서 20대 남성의 국힘당 몰표가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아니, 60대 이상이랑 20대 남성이랑 정치 성향이 같다고? 이 무슨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대동단결의 연대감이냐. 돌발적인 실수에 의한 대형 산불 화재도 따져보면 원인이 한둘이 아니다. 가뭄이다, 초동대처가 늦었다, 관리 부실이다, 과태료가 약하다 등등. 하물며 선거처럼 온갖 욕망이 흐르고 고이는 행위에 원..

재보선과 펜트하우스와 허가받은 욕망

서울시장도 부산시장도 국민의 힘이 민주당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LH 사태를 꼽는다. 진짜 그럴까? LH 사태, 그러니까 내부 정보를 이용해 공적이어야 할 LH 직원이 사적인 투기로 부당 이익을 얻는 것, 이게 그동안은 공공연한 비리였으니 적폐가 맞고, 적폐 청산은 다층적인 촛불 민심의 아슬아슬한 교집합에 해당하니 문정권과 민주당에 부과된 시대적 요구인 것도 맞다. 그러니 청와대 인사의 부동산 투기에, 민주당 인사의 부동산 재산에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생선 못 먹게 지키라고 생선가게 맡겨놨더니 그걸 지들이 먹어? 근데 고양이가 생선 좀 먹은 게 뭔 잘못? 그게 고양이 본능인데 문제는 생선가게 주인이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 이쯤 되면 사람들은 고양이 ..

미얀마 사태에 임하는 종교인들의 모습

미얀마 사태를 보면서 광주가 연상된다는 한국인들이 많다. 민주주의가 대체 뭐라고 죽음도 불사하는 걸까, 인간을 신비롭게 만드는 지점이다. 인간은 평소에도 세렝게티 초원의 야생동물처럼 약육강식에 충실하다. 그래서 독재가 일상화된 나라의 군부는 자신들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 강자가 초원을 지배하는 게 무슨 문제인가, 그게 세상사 이치고 순리인데, 그런데 독재 안 돼! 군부 독재 더 안 돼!를 외치며 민중이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라며? 그런 걸 교과서에서도 가르치면서 새삼 국내에서만 민주주의가 힘 위에 있는 거야? 헷갈릴 것이다. 그리곤 다짐할 것이다. 힘이 부족했구나, 더 큰 힘으로 누르자. 그래서 불안하다. 광주 민주화 운동만 그랬을까, 인간의 본능에만 충실한 부류들은 강압..

종교와 인간 202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