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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난티오드로미아로 본 가세연 관찰기

나는 가세연을 왜 볼까? 가세연의 진행자들이 진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떨 땐 구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기 위해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유튜브가 무섭다, 표정을 완전히 감추기가 어려워 때때로 보여줘야 할 표정에 대응하기 위해 마음이 강제 동원될 때. 그렇게 진행자들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점점 동화돼 버린다. 첨엔 브랜드로 애국 마케팅을 했는데, 애국, 애국, 하다가 진심 그 세계에 빠져버린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자신의 팬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 세계에서만큼은 영웅이 돼야 하니까, 홍준표가 청년들의 지지에 진심으로 감격해서 변화된 것처럼. 삶의 어느 순간 완제품이 돼버린 사람들은 그 닫힌 모습이 보기 좋든 싫든 변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나는 나를 불신한다

나는 사람의 이면을 볼 줄 모른다. 그걸 보라는 말을 20년 넘게 들었지만, 안 보이는데? 뻔히 보면서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데 어쩌란 말이냐! 그래서 드는 생각, 나만 그런가? 놉! 그랬다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지금도 유용할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남의 속을 안다고 할까? 그렇다! 일단 관계 초반엔 불신하고 보는 것이다. 선의를 가장한 속내가 있을걸? 그게 인간이야, 그러면서 마음을 주지 않으니 크게 상처받을 일도 뒤통수를 맞을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다음 관계 중반엔 상대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세상 선한 얼굴로 선한 말들을 해봐야 행동이 그렇지 않으면, 역시 내가 생각한 게 맞았어, 확신이 선다. 그래서 관계 후반..

2022 대선, 그 오징어 게임의 승자는?

일개 무지렁이 소시민인 나는 이번 대선이 매우 기괴하여 신비롭기까지 하다. 어릴 때는 교과서가 진리인 줄 알았고, 커서는 온갖 긍정의 교리가 진리인 줄 알았다. 아직도 미련하게 인과응보를 자연의 섭리라고 믿고 싶은 건 내가 가진 것 없는 소시민이라 그렇겠지? 이 정도의 생각을 할 만큼 나이를 먹긴 했지만. 아무튼 눈을 들어 세상을 보라! 오늘날 우리 세계의 질서는 오직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인데, 그럼 이 인류가 정말 진화하긴 한 걸까 싶다. 아랫것들이 분노하는 세상이니 이게 변화? 그럴 리가, 세상은 원래 아랫것들이 분노해서 바뀌어왔다. 공산주의 욕하지 마라, 아랫것들 무시한 나라가 공산화됐다. 그리고 다시 그 아랫것들이 원해서 공산주의에 자본주의가 도용됐다. 그런데 니체가 보면 지금 우리의 대선 후보들은..

영화 듄, 그립고 아쉬운 대항해시대 그리고 중세

영화 듄의 평가는 극단적이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인데, 나는 어느 쪽이냐면 극호 쪽이다. 왜냐, 시간적 배경이 엄청 미래인 10191년이지만 그냥 대놓고 중세인 것도 좋고, 주인공이 전형적인 사기캐에 지능형 사색남인 것도 좋고, 서양의 제국주의를 티나게 뽀샵한 것도 좋다. 백인에게 대항해시대는 얼마나 달콤하고 우월한 기억인지 숨기지 않아서 좋다. 종교적 고뇌는 티나는 뽀샵질 중 하나일 뿐이다. 원저자인 프랭크 허버트가 “초인(슈퍼히어로)은 인류에게 재앙이다.”라는 인터뷰로 반메시아 사상을 전했다고 하는데, 그게 진심이라면 중세적 질서로 장엄함을 배치하고 주인공 폴에게 메시아적 이미지를 몰빵했을까? 폴은 공작인 아버지의 피와 황제의 막후 세력이며 신비한 힘을 가진 종교집단인 베네 게세리트인 어머니..

누가 내 식탁을 치웠을까?

정치의 계절, 인터넷은 정치 기사로 홍수를 이루고, 내가 저 홍수의 범람에서 익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팩트 체크? 하면 뭐해? 부분 진실은 전체를 허위로 만들고, 편식한 정보는 확증편향만 견고하게 해주는데? 그래서 정치 무관심층도 이해되고 진영논리에 매몰되는 것도 이해된다. 어쩌란 말이냐, 어찌 보면 그게 최선인걸. 어설프게 정치에 관심 가져봐야 내게 이익도 없이 개돼지 소리 듣기 쉽고, 괜히 입 밖으로 누구 괜찮다는 말이라도 해놓으면 금세 그 사람 방어해야 할 일이 터지니, 아직도 나는 사람 볼 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쓸데없이 피곤해진다. 그럼 반성하지 말고 우기면 될까? 그 순간 거기가 내 바닥이 되는데? 인간은 그다지 현명한 존재가 아니다. 당연히 실수도 잦고 오류도 많다..

혼자서 뜰을 거니시는 하느님 - 어른을 위한 성경 동화

방영미 글·그림 | 종교·가톨릭·문학 | 올컬러 192쪽 | 12,000원 힘겨운 시대를 꿋꿋하게 살아가는 어른을 위한 성경 동화 사는 게 버거운 어른들에게 잠깐 쉬어가라고, 기꺼이 어깨를 빌려주는 책 책 소개 성서는 매우 재미있는 책이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좋은 점이나 장점만 나오지도 않고,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해서 죄를 짓지 않는 것도 아니다. 탐욕과 무지와 교만이 범람하는 세계, 그래서 멸망과 재건을 반복하며 어리석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렇듯 성서는 내 얘기 같고 우리 얘기 같은 것들이 잔뜩 담겨 있다.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성서는 권위에 압도돼 제대로 읽히지 못했다. 성서를 하느님의 경건한 말씀이라거나, 이스라엘의 역사라거나, 계시받은 사람만 해석할 수 있다거나, 그런 식으로 금고 안에..

역지사지와 상대주의

나는 엄마와 긴 대화를 하지 않는다. 엄마한테 내 언어가 외국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래서 되도록 엄마 세계의 언어로 번역해서 말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 사람은 나한테 이익이 돼, 이 일은 나한테 돈이 돼, 이런 식으로…, 우리 엄마에게 ‘나’는 배운 사람이고, 배운 사람은 우리 사회를 사는 데 유리한 사람이다. 어쨌든 나는 엄마 말을 번역하는데 엄마는 내 말이 번역이 안 되니 내가 엄마의 언어를 써야 한다고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왔다. 내가 내 언어를 시전하면 어김없이 감정의 충돌이 따라왔고 그 후유증이 컸으므로 웬만해선 내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 엄마가 모성애가 없다거나 나를 잘 돌봐주지 않았다거나 그건 아니다. 오히려 과하게 나를 위해 집중하고 헌신하셨다. 그리고 ..

관계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면...

나는 관계가 어렵다. 뭐 이렇게 열라 어려운 게 세상에 존재할까, 싶다. 어릴 때는 내 세계 안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지냈던 터라, 그 무념무상의 어린 아이는 관계가 어려운지 쉬운지 아주 기초적인 개념조차 없었다. 남에게 해를 입히지 말아야지, 그것만 지키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과 손잡고 식당 가고 물건 사러 다녀도 별로 불편하지도, 그렇다고 대단히 좋지도 않은, 그냥 모두가 다 그런 줄 알았던 진짜로 생각 없는 아이였다. 그렇게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마인드는 언제 형성됐는지도 모르게 나의 정체성이 돼 버렸다. 내게는 특정 사람에 대해 그닥 좋은 감정도 그닥 나쁜 감정도 없었던 것이다. 사람이니까 그저 누구든 사이 좋게 지내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다 같은..

죽음은 웬만하지 않다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증상이 멈추지 않아 구토를 해가며 부축을 받아 간신히 응급실에 갔다. 이 검사 저 검사를 받는 동안 눈을 계속 감고 있었다. 어지러워서, 이 현상을 의사는 오른뇌와 왼뇌의 정보가 비대칭이라 그렇단다. 이유는 오른뇌와 연결된 귀 안쪽 중심을 잡는 영역에 염증이 생겨서, 원인은 모른단다, 아직 밝혀진 바 없단다. 죽을 것처럼 괴로웠지만 들어보니 죽을 병은 아니었다. 응급실에 있는 동안 일 관계로 연락이 와서 지인 2명에게 알렸다, 지금 못 일어난다고. 이석증으로 알려진 병과 드러나는 증상은 같은데 의사는 그거 아니고 현훈증이라고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석증의 원래 명칭이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다. 그런데 내 경우는 이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부근에 염증이 생긴 것이니 이석..

종교가 문제일까, 신의 이름으로...

아프간 사태로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탈레반이 신학교 출신의 학생들이란 단어 풀이가 시사 방송에서 다뤄지고, 유튜브에선 이슬람 전문가들이 지금의 사태를 해석하느라 바쁘다.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키운 미국의 원죄에서 시작해 이슬람 혐오로 이어지는 이 와중에, 자칫 잊을 뻔했던 IS의 폭탄테러가 터져 카불 공항을 지키던 미군과 그 주변의 민간인 대량학살이 일어났다. 이건 또 뭐지? IS 니들은 진짜 상도덕도 없냐, 그래도 같은 뿌리인데 탈레반과 이렇게 바로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고? 미군 철수가 완료되는 그 며칠을 못 참고, 세계인이 모두 주목하는 이 세기적 난리통에? 대체 이 동네는 뭐야?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왜냐, 우리도 난민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391명의 아프간 특별공로자 무사 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