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82

아벨과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든 생각, 아! 우리 인간은 이러다가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겠구나, 놀랍다!! 아프간 사태는 그 지역이 잦은 분쟁지역이라 어쩔 수 없나 싶었고, 미얀마 사태는 군부독재가 부른 내전이니 특정 국가의 문제라 치부했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가 간의 대립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전운을 감돌게 하고 있다. 그렇구나! 인류는 우주를 얘기하는 21세기에도 충분히 원시적이고, 지구는 인간들이 모여 사는 한 어디나 화약고구나. 카인이 언제 분노를 폭발할지 모르는 세상에서 아벨은 늘 조심하고 신중해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구나. 그러게 나쁜 놈을 왜 건드려? 지 형인데 그 성질 몰랐어? 신께 사랑받는 사람일수록 겸손해야지, 아니 사랑을 받아도 안 받은 척해야지, 사람이 그..

종교와 인간 2022.02.28

발작 버튼과 트라우마의 관계

사람마다 트라우마가 있고 그 트라우마를 건드리면 발작 버튼이 작동한다. 나는 위선과 가식을 만나면 기분이 나빠진다. 이게 왜 나의 트라우마가 됐을까 긴 시간 많이 생각해봤지만 잘 모르겠다. 어릴 땐 남자의 허세와 여자의 허영이 싫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나이 되고 보니 그냥 인간의 종특인 위선과 가식이 싫은 거였다. 허세와 허영이 후천적으로 주입된 자기방어체제라면 위선과 가식은 선천적인 자가면역체제 같은, 그래서 인간 유전자 깊숙이 흐르는 원죄 같은 느낌? 그렇다면 나는 그냥 액면가의 인간이 싫은 거다. 세상에 맙소사! 인간 고유의 종특을 혐오하니 어쩔 것인가, 그래서 내가 염세주의자? 아마도 높은 확률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부정부패를 나눠진 인간끼리 서로서로 감싸주듯 그렇게 다수의 인간은 부조리를 인정..

때아닌 종교전쟁, 대선이라 참전해요!

코로나19로 수세에 몰리고 눈치만 보던 종교계가 갑자기 요동치는 대선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게 무슨 때아닌 종교전쟁인가, 가뜩이나 비호감 대선에 유권자들의 짜증이 배가 되고 있는데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 말이 좋아 비호감 대선이지 본질은 혐오 대선 아닌가, 거기에 혐오의 숟가락을 얻는 종교계, 대단하단 말밖에 안 나온다. 할렐루야! 시작은 정청래 의원이 사찰 통행료를 ‘봉이 김선달’이라고 발언해서, 왜? 작년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비판하며 평소대로 화려한 말빨을 과시하다가, 근데 왜 지금 스님들이 승려대회를 하는데? 왜냐고? 그야 대선판이니까! 그렇다, 유권자가 힘을 갖는 유일한 시간, 선거 기간, 스님들도 유권자이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겠지. 인정! 불교계는 이왕 판 엎은 김에..

3화 아우라의 발견

이곳은 참 조용한 곳이구나, 나우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발소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해서 자신이 움직이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조심조심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나우는 가온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그랬는데 뜨헉!! 이건 또 뭐야? 아래층 로비 오픈 회의실 원형 탁자에 언제부터 모여 있었는지 모를 주민들이 빼곡하게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 나우의 눈에 들어왔다. 홀로그램인가 싶을 정도로 미동도 없는 이들, 나우는 이들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살아 있는 인간들이 맞긴 한 거냐? “어서 오세요. 우리에게 할 얘기가 있으시죠?” 가온은 나우를 원형 탁자로 안내했다. 주민들이 나우에게 눈과 미소로 인사를 보냈다.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낯선 외지인에 대한 경계를 말끔히 풀어버렸다. 나우는..

솔라피드의 돌 2022.01.16

2화 나우의 전언

“저를 경계하지 마세요. 저는 이 마을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려 주러 왔습니다.” 나우는 자신이 차고 있는 라이프워치의 불이 빠르게 깜박이는 것을 보며 말했다. 라이프워치엔 경고 기능이 있는데 심각성이 감지될수록 불빛이 빠르게 깜박였다. “제가 사는 세 번째 기계 마을은 공학 기술자가 많아 전력이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전력으로 공기 정화도 하고 정수 시설도 비교적 잘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돌, 저희는 이 돌을 솔라피드라고 부릅니다. 이 돌의 정화 능력을 일찍이 발견해서 주민마다 이 돌을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나우는 겉옷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 안내자에게 보여 주었다. 가죽끈으로 된 가느다란 줄에 작고 빛나는 보랏빛 돌멩이가 달려 있었다. “마지막 머스킹 우주선이 지구를 떠날 때 저희 ..

솔라피드의 돌 2022.01.12

내가 난데, 2022년이라고 뭐가 다를까?

어제는 2021년이었는데 오늘은 2022년이란다. 그게 뭐? 나라마다 새해도 다르고 시간도 다른데, 우린 이렇게 하자, 그렇게 정한 것일 뿐. 그렇게 생각하면 감흥이 참 없기도 없다. 어쨌든 나이 들수록 1년이란 시간 감각이 짧게 느껴지긴 하지만, 지구가 공전을 멈추지 않는 한 1년은 365일일 거고, 자전을 멈추지 않는 한 1일은 24시간이겠지, 뭐 어쩌라고? 그런데 삶이 이어진다. 자전 따위 무시하고 싶어도 해가 지고 해가 뜬다. 공전 따위 무시하고 싶어도 육체가 노화되고 망가진다. 시대와 동떨어져 있어도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사회와 친화적이지 않아도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간다. 내가 난데, 그렇게 생각해봤자 시공의 영향을 받는 육체를 가진 생명체가 완전한 실존적 개체를 주장할 순 없다. 더하여 사회..

드라마 ‘지옥’, 선악은 누가 정하나?

드라마 ‘지옥’에서 감독은 새 진리회 1대 의장의 입을 빌려 묻는다. “공포 말고 사람을 정의롭게 할 수 있는 다른 뭐가 있습니까?” 연상호 감독은 영화 ‘부산행’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보통 사람들의 이기주의가 서로를 죽게 하지 않나요?” 30년 넘게 이 화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로선, 그래서 드라마 ‘지옥’이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나를 괴롭히는 인간 혐오주의는 대놓고 나쁜 놈, 그냥 DNA가 사탄의 피인 악당들 때문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연민 유전자가 부재한다는 그런 놈들이야 뭐 어쩔 것인가. 그렇게 태어난 게 자신의 선택적 의지가 아니라니까 살면서 만나게 되면 피하고 조심할밖에. 그런데 다수를 차지하는 소위 보통 사람들, 그들과는 싸울 명분도 매력도 없다. 왕따를 방조하는 조직엔 침묵..

고난을 대하는 자세, 토빗의 아내 안나

의인으로 사는 게 쉬울까, 의인의 아내로 사는 게 쉬울까? 흔히들 말하기를 고난에 처했을 때 보이는 인격이 그 사람의 진짜 인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게 말이 쉽지, 누구라도 자신의 바닥을 자신할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토빗 같은 구약성서 속 대표적 의인도 곤궁한 처지에 처하자 차라리 죽음을 달라고 기도했다. “주님, 저에게서 당신의 얼굴을 돌리지 마소서. 살아서 많은 곤궁을 겪고 모욕의 말을 듣는 것보다 죽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낫습니다.” (토빗 3, 6) 토빗의 이런 기도는 그가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 자긍심을 엿보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납탈리 지파의 토빗은 아시리아의 포로가 되어 니네베로 끌려와서도, 부자였을 때나 빈자였을 때나 한결같이 동족에게 선행을 베풀었던 사람이다. 굶주린 자에겐 먹을 것..

종교와 인간 2021.12.15

1화 지구탈출 좌절의 시대 이후

서기 2300년, 지구는 기후 환경의 악화로 소수의 사람만 살아남았다. 우주로 나가려던 200년 동안 지구탈출 계획은 번번이 틀어져 이젠 그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지구 밖의 다른 행성에 희망을 걸고 머스킹 우주선을 탔던 사람들은 그대로 소식이 두절, 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지구인들은 2100년에서 2300년까지 그 200년간을 지구탈출 좌절의 시대라 기록한다. 그렇게 인류는 800년간 유지해온 제국주의 시대를 강제로 종료하게 되었다. 자산가와 권력자가 아니면 머스킹 우주선을 탈 수 없었기에 200년간 지구는 그들을 우주 신민지 개척이란 명목하에 우주로 보냈고, 지구는 자연스럽게 소규모 공동체 단위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태양이 정오를 지나고 있어. 태양과 일치할 시간이야.” 밭에서 일..

솔라피드의 돌 202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