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흘러들어온 조수미의 ‘나 가거든’ 때문에 일시정지 상태가 된 나, 아 나의 18번,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선곡하면 분위기 확 다운시켜서 귀가 시간을 앞당기게 만드는 불후의 우울곡,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여기서 ‘슬퍼도’가 주는 무기력감을 ‘슬퍼서’가 의지로 방어하는 이 부분이 좋아서 자꾸만 부르게 되는 노래, 나 가거든. 나는 언제 갈지도 모르면서, 항상 오늘을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는 말에 확 꽂혀서 대체로 그렇게 살아왔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며 당장 눈앞의 사람에게 성실하게, 내일 곧 죽어도 괜찮다는 심정으로 오늘에 미련을 갖지 않도록.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건재하다, 그런데 마냥 건재하기만 하다, 이게 감사하지 않다는 소린 아니다, 당연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