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K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상하다.
선배의 소개로 초대받아 영국인 발표에 논평자로 참석했다. 영국인이야 당연히 한국어를 모르니 영어로 발표하고, 나는야 당연히 한국인이니 한국어로 논평했다. 비록 논평문은 영어로 썼지만 한국대학에서 한국인 상대로 하는 발표, 한국말 쓰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이윽고 나도 영국인에게 영어로 내 생각을 말하는 순간, 이건 또 뭔 분위기? 찬물을 끼얹었나 찬바람이 쌩쌩 부나 얼어붙은 이 분위기 어쩔, 웬 한국인 여자가 자기 생각을 영어로 말하는 게 영 어색한 이 넘의 교수들, 아직도 조선시대에 사시는가, 이왕이면 갓 쓰고 도포도 입지 그러쇼, 영어라면 까무룩 죽는 한국인 남정네들 눈에 영어로 자기 생각을 말하는 한국인 여성은 외계인이구나.
그런데 이 대학 교수들 보소, 논평자인 나를 통역관으로 불렀나, 내게는 질문 하나 없던 교수들이 영국인에게 묻는 질문을 죄다 나한테 하네, 질문 받아 넘겨주고 대답 받아 넘겨주길 한참, 야! 이 교수넘들아! 나도 초대받아 온 논평자다, 통역 말고 내게도 질문을 해라, 이 넘들아! 니들 눈엔 내가 영국인 발표자의 보조로 보이더냐. 의식은 병자호란 때 멈추고 인식은 일제강점기 때 완성했느냐, 이 유구한 전통에 대뇌가 유물이 된 사대주의자들아, 영어는 그냥 영어란다. 영어에 기죽고 백인 남성에게 주눅 든 거, 부디부디 부탁인데 집에서 학교에서 한국 여성에게 풀지 마라, 그것만큼은 제발 참아주길 기도하마.
오~ 주여,
오늘도 K교수가 백인 남성의 하느님에게 영어로 방언 받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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