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K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상하다.
20년 넘게 미국에서 살다 고국으로 돌아오니 예전의 한국어 실력 어디로 사라졌나 급하면 영어부터 튀어나와 환장할 지경, 영어라면 깜박 죽는 모국의 현실이건만 아서라 내가 백인도 아닌 것을, 영어는 영어대로 한국어는 한국어대로 이래저래 B급이 돼버렸구나. 그런데 문제는 어쩌다 TV라도 볼라치면 시스루? 시뚜루? 알아듣지 못하겠고, 핏? 핏팅? 당최 무엇을 말하는 건지 어리둥절 속절없다. 영어도 아닌 것이 한국어도 아닌 것이, 오갈 데 없는 어휘들 국적이 모호한데 이것이 한국에선 글로벌인 모양이다.
답답해서 조카한테 도움을 요청하니 그것도 모르냐 슬쩍 비웃는데, 울컥 치밀어 혼자서 궁리하다 옳다구나! 속이 비치는 옷이 잘 맞는다는 뜻이네, 무릎을 탁 쳤다. 그런데 이게 뭐냐, 야, 이 미친놈들아! 후손들에게 열 받은 세종대왕이 무덤에서 뛰쳐나와 우리도 부활절이 생기겠구나, 우리가 글이 없냐 말이 없냐 무엇이 부족해서 좋은 국어 놔두고 영어 갖고 떡을 치냐, 이제 그런 사대주의 벗어날 때도 됐건만 뭐 그리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아직도 미국이면 사족을 못 쓰느냐, 미국이라 다 좋을 것도 다 나쁠 것도 없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되는 현실 미국도 만만찮다. 사람 사는 세상 그렇고 그런 거지, 어디라고 천국이고 어디라고 지옥이랴, 내가 발붙인 곳에서 살뜰하게 살면 그만인 것을.
오~ 주여,
오늘도 K교수가 왼손엔 태극기를 오른손엔 성조기를 흔드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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