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K교수

한국 체험기 (8)

아난존 2018. 1. 13. 16:09




오늘 K교수는 마음이 편치 않다.

남편과 걷는 종로 거리 예전의 모습 남아 있어 추억이 새록새록, 지금은 강남에 밀려 과거의 영광 아련하지만 한양 시절 육의전부터 종로는 상권의 중심지였다. 비록 싸구려 외제가 판치는 인사동 거리건만 그래도 백인 남편에게 한국을 상징하는 간판급 동네로 구경시키기 쏠쏠하다. 과거와 현재가 날림으로 공사돼 있고, 동양과 서양이 난잡하게 교접하는 종로구 인사동, 구석구석 거리거리마다 온갖 국적의 길거리 음식도 흐드러지게 넘쳐난다. 오랜만에 외출 나온 K교수는 젊은 시절 그 거리를 남편과 걸으며 달큰한 감회에 젖어드는데, 아뿔사 이넘의 지칠 줄 모르는 오지랖 보소.

 

길거리 포장마차 앞 노숙자 어르신이 주인장에게 무언가 얘기하고 있다. 순간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 저 양반 음식 구걸하는 중인가? 이윽고 빈손으로 돌아서는 노숙자 양반, 이를 그냥 지켜 볼 K교수 아니다. 제우스의 번개보다 빠르게 튀어가 이천 원을 창 던지듯 지불한 뒤 닭꼬치 1개를 오른손에 들고 멀어져가는 노숙자 양반을 향해 냅다 달렸다. 헉헉 이거 헉 드세요, 가쁜 숨 몰아쉬는데 노숙자 이 양반 그깟 닭꼬치 1개에 감사 인사 거듭거듭 오히려 미안하다. 커피 한 잔도 사오천 원 하는데 이천 원짜리 닭꼬치 1개 먹을 돈 없어도 괜찮은 건지, 그래도 우리 서로 안녕한 세상인지, 그 생각 대뇌피질에 걸려 심장이 영 뻑뻑하다.

 

~ 주여,

오늘도 K교수가 폐휴지 값 내려서 물가 잡는 한국에 적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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