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K교수

한국 체험기 (7)

아난존 2018. 1. 8. 15:52





오늘도 K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상하다.

동네 햄버거가게 오픈일 기념으로 멤버십카드 혜택 이벤트가 열려, 선착순 100명 안에 들겠다고 영하의 날씨도 아랑곳 않고 40분을 줄서서 기다렸다. 평생 들어오는 돈 나가는 돈 구별 없이 살던 남편, 가난한 유학생 시절의 K교수 만나 이제는 할인행사 같이 즐길 만큼 생활의 달인이 다 되었다. 차가운 바람이 문제일 쏘냐, 오늘 잠깐 고생하면 1년간 일주일에 한 번 햄버거세트가 무료인 것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햄버거는 행사용 공짜 햄버거가 아닐까, 미국에선 그다지 땡기지 않던 음식인데 한국 오니 가끔씩 생각나는 부부에게 이 행사 반갑고 재미있어 한겨울 추위도 마다않고 멤버십카드 2장을 덜컥 거머쥐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스크림케이크, 이걸 사야 멤버십카드를 받을 수 있는 것. 이 넘의 당뇨가 설탕을 허락지 않으니 세상의 모든 단 것은 그림의 떡, 보기도 예쁘고 맛도 완전 좋겠지만 부부의 목적은 오직 햄버거일 뿐, 그래서 아이스크림케이크는 이후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을 달콤케 했다. 어라, 그런데 또, 토요일 오전마다 무료로 먹는 햄버거세트에 아이스크림과 청량음료가 살뜰하게 딸려 나오는 게 문제, 이왕 나온 음식들 어쩔까 하다, 주문 순서 양보해준 두 아이 엄마에게 권했더니, 이 엄마 깜짝 놀라 인상 쓰고 우왕좌왕 궁시렁궁시렁 경계와 의심이 국정원급, 하기사 이 험한 세상 낯선 이가 주는 음식 어찌 믿을까 보냐만, K교수 오지랖은 오늘도 눈치 없이 줏대 잡고 펄럭펄럭, 어김없이 불편을 감수하며 자발적인 고생을 알차게도 사서 한다. 그래도 아이스크림과 청량음료 의혹을 이기고 먹어준 엄마와 두 아이 나가면서 감사 인사하니 제법 흡족하고, 일관되게 오지랖 찬란한 아내를 어우렁더우렁 폭풍칭찬해 주는 팔불출 남편 있어 하릴없이 흐뭇하다. 그러니 이 버릇 이 습관 고쳐질 날 있을까.

 

~ 주여,

오늘도 K교수가 무장공비도 눈치로 때려잡는 한국에 적응하게 하소서.


'욕쟁이 K교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체험기 (9)  (0) 2018.01.13
한국 체험기 (8)   (0) 2018.01.13
한국 체험기 (6)  (0) 2018.01.03
한국 체험기 (5)  (0) 2018.01.02
한국 체험기 (4)  (0) 2017.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