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왔어요.
꾸란을 발제할 일이 있거든요.
아프간은 이제 어찌 될까, 생각하다 문득, 근데 미얀마는?
그전에 로힝야도 있었는데...
맞다! 그 사이에 홍콩도...
문제로 문제를 덮으며 굴러가는 지구와 지구인.
그나마 한국인인 게 위로가 되는 건가? 이 몹쓸 결론은 또 뭐지?
남의 불행을 위안 삼아 자신의 하찮음과 무력함을 외면하는 스킬?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 들렀어요.
밥하기 귀찮은데 마침 눈에 띄는 완제품 밥!
날이 더우니 날것은 패스~
도미뱃살초밥과 장어덮밥 득템.
내돈내산 익힌 음식, 여름날의 건강 윤리.
분명 밥인데 왜 안주 같지?
이런 게 운명일까?
시장 입구 단골 족발집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죠.
족발을 사면서 벌써 행복해짐.
누군가와 같이 먹는다면 더 좋겠지만,
이런 갈망은 결핍이 주는 허상이란 걸 알고 있죠.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외로운 게 사람,
그래도 아직은 사람이 그리우니 좀 더 살아보자.
또 알아? 살다 보면 오늘보다 괜찮은 나와 만날지...
안주만 살 순 없잖아요, 술가게에 들렀죠.
캔 와인이 할인을 한대요, 그럼 사줘야지, 골고루 하나씩,
시원하게 마시면 맛있겠다! 존재만으로 설레게 하는 것들이 있죠.
나는 그런 존재가 되어본 적이 있나?
사랑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내겐 너무 어려워.
술은 조금만 사려고 했는데,
계산대 아래를 항상 조심해햐 하는데,
미니 칭따오가 너무 귀여운 거예요.
얘는 마셔도 많이 안 취하겠다, 생각과 동시에
계산대 위로 위치 변경.
책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오는 길,
술과 안주를 차에 싣고 집으로 고고,
그냥 사는거지, 그래도 살아지니까.
아직은 맛있는 것을 사먹을 돈이 있고, 건강이 있고,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단 그리워하고, 그래서 감사하고,
아직은 세상에 이해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그러니 사는 게 맞지, 그렇게 살아가는거지.
'살아보니 오판이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나를 불신한다 (0) | 2021.11.14 |
---|---|
역지사지와 상대주의 (0) | 2021.09.18 |
관계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면... (0) | 2021.09.07 |
죽음은 웬만하지 않다 (0) | 2021.09.03 |
나의 정치 이력서 (0) | 2021.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