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히틀러, 트럼프는 되는데, 자한당은 왜 안 될까?

아난존 2018. 10. 3. 13:12




11표라는 엄청난 쾌거를 이뤄낸 민주주의의 가장 큰 공로는 인간들의 악의를 표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히틀러가 국민투표로 당선된 총통이었다는 사실은 다수의 선택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역사적 경고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당선은 다수가 어렵게 살 때 특권층의 권리를 문제 삼으면 대중들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더하여 가뜩이나 미운 사람들, 그게 당시는 유대인이었고, 그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면 공고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음도 알게 해 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게르만 민족주의가 먹혔다. 


트럼프의 당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엘리트 사회인 미국 사회에서 정치인의 신분은 상속되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권력을 돌려 갖고 나눠 갖고 하는 양태에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들이 트럼프를 택했다. 기존 정치인들의 정형화된 화법을 구차하게 만드는 트럼프의 막말은 지지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들렸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역시 미국 우선주의를 외쳤고 그게 먹혔다.


그런데 왜 자한당은 안 될까? 아니, 그동안은 됐는데 왜 지금은 안 될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걸까? 끊임없이 혐오대상을 선정해서 대중의 증오를 부추기는 건 같은데 왜 지금은 그 막말이 안 통할까?


일단 자한당은 기득권층 정치인들이다. 그것이 히틀러 시대의 나치당과 다르고, 공화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트럼프와 다르다. 히틀러와 트럼프는 기존 정치권의 수혜자들이 아니다. 그것이 기존 질서에 진저리가 나 있는 사람들에게 유혹적인 요소이다.


그다음 히틀러와 트럼프는 자국민 중심주의를 외쳤다는 게 자한당과 다르다. 집단 이기주의도 애국의 이름으로 행해지면 그럴듯해 보이는데, 우리나라 기득권층의 다수는 자신의 자녀들이 미국 시민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것만큼은 보수도 진보도 없다. 가능하다면 미국 시민권 비자로 글로벌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니 민족주의를 말해 봐야 믿기지도 않는다. 조국에 대한 긍지가 없으니 애국은 공염불이고, 기득권층만 끌고 가자니 지지층이 확장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아베도 일본의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데 우리나라 자칭 보수라는 자한당은 국익보다 기득권의 이익이 우선이다.


그러니 자한당에서 이 인사, 저 인사가 서로 앞다퉈 히틀러식으로 대중을 선동하고, 트럼트식으로 막말을 해도, 이미 기득권층의 질서를 만들어왔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술책인 이상 지지도는 오르지 않을 것이다. 기존 질서에 돌을 던지고, 기득권층과 맞서고, 한국에 자긍심을 갖는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건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라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데 가능할 리 없다.


그러니 이제 그만해라, 애초에 자한당은 히틀러도 트럼프도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대중의 악의를 끌어내려는 그 노력이 크면 클수록 자멸의 불씨 역시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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