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힘의 논리다, 그렇게 학교에서 익히 배웠지만, 자유 평등 인류애 같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과 엉키면서 민주주의라는 판타지에 세뇌되면, 선진국(기준이 뭔지, 제국주의의 꿀을 빤 나라?)은 우리보다 합리적이고 백인들은 우리보다 이성적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트럼프는 이런 우리의 착각을 여지없이 박살 내며 세계 제1의 패권 국가인 미국의 야만성을 가식 없이 드러낸다. 그런 트럼프를 협상의 달인이니 대단한 장사꾼이니 하면서 추켜세우는데, 그는 부동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돈 놓고 돈 먹는 부동산 장사를 하면서도 기업 파산을 여러 차례 한 인물이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나치처럼 혐오 정서를 대놓고 자극해서 얻은 성과다. 더하여 신분처럼 굳어진 양당 체제의 기성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낀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러니 저리니 해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국민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인 만큼 민주주의의 산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특유의 변덕스러움과 과시욕 덕에 한반도 평화 문제에는 도움이 된다고 하나, 애초에 우리 분단의 책임이 강대국들에 있는데, 생색 참 오지게 낸다. 그런 자의 손아귀에 우리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하니, 국제사회라는 정글에서 초식동물인 우리의 위치가 새삼 확인된다.
그래도 트럼프 덕분에 민주주의의 허상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그는 반면교사의 좋은 롤모델이다. 19세기에 이미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의심했지만, 그동안은 트럼프만큼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는 대통령이 없었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미사여구와 포장지를 걷어내 버린 트럼프, 그는 최강자는 굳이 위선 떨 필요가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류라는 생태계의 최종 포식자로서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트럼프, 그런 그가 미국 내에서는 비주류라고 공격당하지만, 어차피 우리 입장에선 주류든 비주류든, 미국이라는 맹수 앞에서 우리가 초식동물인 것만은 변함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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