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투 운동은 그 끝이 두려울 정도로 급물살을 타고 진행 중이다. 도대체 종착지가 어디일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자기 맘 가는 대로 천연덕스럽게 살다가 범죄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자기 딴에는 억울한 감정에 단결을 꾀할 수도 있고, 그 만연함에 지친 대중들이 앞으로 조심하자며 관심을 거둔다면 피해자들의 자괴감과 무기력이 한층 더해질 수 있으며, 세상만사 뜻대로 안 돼 자존감이 바닥인 사람들은 권력형 범죄를 언제든 남녀문제로 몰고 갈 수 있기에.
인권운동은 본질상 평화롭고 조용하게 진행될 수 없다. 왜냐, 그간 강자에게 쏠려 있는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권리를 약자에게도 좀 나눠주자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득권층의 난폭한 훼방을 받기 마련이다. 백번 양보해서 자발적으로 베풀 수는 있어도 타율적으로 뺏길 수는 없는 게 또 기득권의 생리 아닌가.
이 와중에 김어준의 미투 관련 발언, 즉 미투 운동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는 발언이 프레임 전쟁의 화약고를 건드렸다. 이제는 너도 나도 익숙해진 프레임 짜기란 용어, 사실 알고 보면 팟캐스트의 발전과 더불어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친숙해진 거지, 그 전에는 이 개념이 대중적이지 않았다. 난 최근에도, 세상은 극소수의 권력자들이 움직이는 거라고 내 또래의 어느 꼰대가 무슨 태초의 비밀이라도 폭로하는 양 말하는 걸 들었다. 25년 전에도 지금의 내 나이 정도 되는 꼰대에게 들었던 말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드는 생각은,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그래서 넌 어떻게 살겠단 것이냐?
천재는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해서 노력에 따른 별도의 대가를 원치 않지만, 범인은 노력 자체가 괴롭고 힘든 일이라서 노력에 대한 그 이상의 보상을 원한다. 그래서 일부 범인들은 공정성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다. 노력 이상의 보상을 받으려면 공정하지 않아야 하므로, 그러니 정경유착이 진리고 친일이 진리고 친미가 진리다. 공정하게 경쟁하면 노력 이상의 보상을 받기 어려우니 기득권에 탑승하려면, 또는 기득권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세상은 불공정하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니 앞으로라고 안 그럴까,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래서 나는 기대한다. 바로 우리 범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쪽수의 힘으로, 부당하게 돈을 번 재벌들을 한심하고 불쌍하게 보는 세상을, 돈 중독도 질환이다, 갑질하는 곳곳의 권력자들 머리통에 꿀밤을 주며 이제 그만 정신 차려 하면서 혀를 차는 사회를, 권력 중독도 질환이다, 그래서 이런 중독자들이 공동체 내에서 눈치 보는 미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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