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에 나는 이민을 생각했다.
욕망의 사탄 같은 이명박보다는 그가 사기꾼인지 알면서도 대통령으로 뽑은 대중들이 무서웠다. 그 탐욕과 무지와 비겁함이 무서웠다. 우리 가족들도 가난하고 억울해서, 그래서 삶이 불안하고 불편해서 그로 인한 원한과 무지로 매번 부자당을 찍었고 당연히 이명박을 지지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살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지인이 있는 캐나다로 그해 여행을 떠났다. 마음속에 이민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캐나다는 뭐든 한국보다 규모가 컸다.
땅도 크고 산도 크고 나무도 커서인지 어느 시골마을의 적막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컸다. 내가 혼자 이런 시골마을로 이민을 온다면 평생 아무하고도 교류하지 않고 커다란 고요 속에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그 적막함의 크기만큼 외로움도 바람처럼 몸을 통과해가던 기억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선연히 남아 있다.
미련스러운 나는 미련이 많아 결국 아무데도 못 갔다.
그 후 내 삶이 엉망진창으로 꼬여 들어가던 때 나꼼수를 만났다. 신기했다.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이 신박했다. 절망을 유행처럼 어깨에 두르고 비판만 일삼는 사람들에게 신물이 나 있던 내게 나꼼수란 새로운 트렌드는 감탄 그 자체였다. 길이 없는 게 아니구나, 내가 만들면 그게 내 길이구나! 그런 걸 대중을 상대로 실현하고 있는 이 집단의 탄생이 흥미로워서, 그들이 가 닿을 세계가 기다려졌다.
이명박 구속 후, 우리 안의 이명박을 함께 버리자는 김어준의 방송 멘트에 또 한 번 감동했다. 대중과 선긋기를 하지 않는 트렌드 선도자, 나는 대중들을 ‘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 땅에서 한 발 떠 있기 신공을 가진 내게 그는 참 놀라운 신인류이다. 그렇지, 대중 속에 내가 있지, 그래야 집단지성을 믿는다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이게 그와 나의 그릇의 차이인 거 같다.
할 수 없는 것을 바라보는 대신 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 당장 시작하자.
그것이 이명박을 타깃 삼아 대중들에게 쉴 새 없이 말을 걸어온 나꼼수가 내게 건넨 메시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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