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미투에서 여혐으로 롤러코스터

아난존 2018. 3. 10. 22:51




연일 터지는 유명 인사들의 성추행 파문에 이제 미투 운동은 펜스룰이란 여혐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가해자 중 자살자도 나왔다. 이러다 고대의 가짜 왕 살해를 넘어 중세의 마녀사냥을 재현할 기세다. 오래되어 익숙한 관행을 두고 사실 그건 악습이었어, 그동안은 권력이 무서워서 말 못했는데 이제 해도 되는 세상인 것 같으니 말할게, 하고 패러다임이 뒤집히는 순간 사람들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다수가 손가락질하기 전에는 뭐가 나쁜 줄도 모르는 게 우리 인생들이다.

 

죄만큼만 벌 받는 게 공정한 거다. 누구든 죄 이상 벌 받는 건 억울한 일이다. 억울한 사람을 줄여 보자고 그 추운 시간들 함께 촛불을 들지 않았는가? 그간 참았던 분노를 증오나 혐오로 표출하면 역사는 되풀이된다. 그거야말로 지옥의 소환이다.

 

그러니 우리 권력 앞에 비굴했던 과거를 당연시하지 말자, 먹고 살기 위해서 참았다고 하면 그게 뭐든 그냥 면죄부가 되는가? 거짓말 마라, 좀 더 편하게 먹고 살려고, 노력한 것보다 더 큰 보상을 받으려고 권력 앞에 젖은 낙엽처럼 엎드렸던 거 아니냐.

 

정당하게 경쟁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서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이 등장했고, 삼성공화국이 법보다 위에 서게 됐고, 구석구석 불공정한 룰에 허리 나간 분노조절장애자들이 갑질로 패악을 부리게 됐다. 정당한 경쟁이 힘드니까, 권력 있을 때 돈 있을 때 경쟁하지 않아도 세세토록 잘 먹고 잘 사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또는 그런 불공정한 룰에 편승해 적은 노력으로 태산만한 권력과 돈을 흐드러지게 누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되지도 않는 정당한 경쟁 운운 집어치우자, 그런 판타지는 인류사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냥 솔직하게 나도 고단하고 너도 고단하니 쓸데없는 허세 버리자고, 우리 서로 공생하자고, 그럼 안 될까?

 

권력자 앞이라 말 못한 게 자랑이냐? 그런 무지렁이 백성 같은 마인드로 좋은 위치에서 빛나게 살아보려고 하지 마라, 그거 민폐다. 자신의 약함을 쉴드 치기 전에 충분히 자기 스스로에게 정직했는지 반문해 보자. 남자든 여자든 그게 누구든, 돈 때문에 자리 때문에 한껏 비굴해 놓고, 이제 와서 피해자 코스프레 하면 진짜 낮은 곳에서 말도 못한 채 당하고 사는 사람들은 세상이 더 나아질 거란 기대조차 못하게 된다.

 

기껏 죄인지조차 몰랐던 성폭력이 드디어 우리 사회에서 그건 죄라고 인정받고 있는 중요한 이 시기에, 여자든 남자든 권력의 단물을 빨다 밀려난 인간들은 초지지 마라, 또는 이 틈을 타 권력의 단물을 빨려고 덤비지 마라, 제발 니들 그러지 마라, 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