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개척교회 목사들과 관련자들의 제주도 단체여행이 문제가 됐다. 그들 중 몇은 자신의 지역에서 또 다른 감염도 일으켰다. 댓글 반응은 안 봐도 익히 알 만하다. 신천지가 다시 소환되고 모든 개신교가 함께 욕먹는다. 그 와중에 불교, 천주교 봐라, 잘하고 있지 않냐는 칭찬 댓글도 눈에 띈다.
불교, 천주교가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다. 그냥 아무 짓도 안 해서 칭찬받는 것이다. 개신교가 워낙 사고를 크게 쳐주니 번번이 상대적으로 교양 있어 보이는 아이러니, 그러니까 종교는 일반사회에 민폐만 끼치지 않아도 칭찬받는 존재가 돼 버린 현실, 이거 제도종교가 눈치 못 채면 그대로 사양길이다.
그래도 괜찮다 할 것이다. 기존 열성 신자들의 기대수명이 있으니 향후 20년은 너끈히 버티리라 안심하며, 지금의 교계 기득권층이 알아서 변할 리 없다. 내 밥그릇만 챙기면 신의 은총을 벅차게 느낄 텐데, 무엇 때문에 흔들리는 신자나 헌금도 제대로 안 내는 신도에게 관심을 가지겠는가.
예수 팔아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예수 재림은 어차피 빵 속에 들어 있는 스티커 같은 것이다. 다종다양한 스티커를 모아오도록 열심히 빵을 팔면 된다. 행여 그 스티커의 캐릭터가 실제 인물이라도 됐다간 그게 오히려 낭패다. 나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예수만이 할렐루야고 아멘이다.
그렇다면 예수가 십자가에서 생을 마감하며 남긴 말,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나이다.” 이 말이 오늘날에도 통용될까? 그러기엔 오늘날의 종교인들, 대략 목사든 신부든 수도자든 평신도든 특별히 누구랄 거 없이, 지나치게 많이 알고 넘치도록 영민하다. 그러니 “독사의 자식들아” 이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신천지 부흥은 한국개신교의 부패가 토양이 된 것이었고, 세계사적으로 개신교의 성장은 당시 기득권인 가톨릭의 부조리를 토대 삼은 것이었다. 이제 와서 나는 달라, 우린 달라, 하는 모양새가 참 가관이기도 하지만, 진짜로 예수가 한국 교회에 재림이라도 한다면 야, 이 독사의 자식들아!를 수천 번 수만 번 외치다 본인도 가나안 성도가 되실 각이다. 그나마 십자가형이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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