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인간

부활절, 바이러스와 숙주의 관계

아난존 2020. 4. 12. 23:59

 

 

 

 

부활절이 조용히 지나갔다. 올해처럼 숨죽인 부활절이 있었을까, 코로나19가 없었어도 비기독교인들에게 부활절은 있는지도 모르는 날이지만, 성탄절과 석탄일같이 노는 날이 아니므로 비종교인들에게 부활절은 아무 날도 아닌 일상의 어느 날일 뿐이지만, 그러나 기독교인에게 부활절은 아무 날도 아닌 게 아니다.

 

부활절 없이는 기독교도 없는 거니까 유난한 날이고 특별한 날이고 없어서는 안 될 날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카톡 문자로 부활절을 축하합니다메시지가 날아올 때마다 드는 생각, 부활절이 축하할 날인가? 대체 뭘? 누굴?

 

세상에 해로운 종교가 넘쳐나고 바이러스처럼 기생하는 종교인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차마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염병을 가리켜 신의 은총이라고 말할 만큼의 배짱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각자 자신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일상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무엇보다 종교가 있는 사람들에게 제발 세상의 탐욕 좀 내려놓으라고 강권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생존에 대한 맹목성은 그만큼 모든 생명체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믿고 싶지만, 사실 이런 위선과 포장에 우린 얼마나 지쳐 있는가? 살면서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자주 막돼먹은 사람들에게 상처 입었는가?

 

예수의 부활은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보상이다. 당대 유대인들, 특히 막돼먹은 기득권층의 모략과 선동, 거기에 휘둘린 민중들에 의해 죽임당한 젊은 선각자에게 주어진 신의 은혜일 뿐, 그 과정에서 인간은 어떠한 노력도 기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부활절은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지한지를 성찰하는 날이지 결코 축하할 날이 아니다.

 

세상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종교, 무지한 사람들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종교인, 그런 바이러스 같은 종교와 종교인들이 박멸되어야 비로소 부활절의 의미가 아프게 다가오고 종교와 신앙에 대한 가치들이 순결하게 논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