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세상 어려운 상대주의

아난존 2020. 5. 7. 03:22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개념, 상대주의나는 대체 누가 이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회전문도 중심축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하물며 기준 없는 상대주의란 애초 성립되지 않으며, 기준을 정하는 순간 저울질이 되므로 상대주의가 아니다. 정말 이용당하기 쉬운 개념 아닌가?

 

간섭하면 오지랖이 되고 방치하면 무관심이 된다. 상호보완의 조화를 말하는 공자의 중용이나 가장 좋은 상태인 아리스토텔의 중용이나 현실에선 불가하니 유토피아에 불과하며, 상대주의 또한 중용처럼 이념형에 지나지 않는다. 천국이 완전한 세상에 대한 로망이듯, 그럼에도 우리는 결코 천국에 가고 싶어 하지 않고, 상대주의는 이해되지 않는 타자와의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만든 상상의 산물일 뿐 애초에 그런 태도도 그런 입장도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소통이란 게 결과적으론 일방의 일방에 대한 이해가 최선이듯 역지사지를 해 봐야 내가 상대가 아닌 한 타자에 대한 완전한 이해란 애당초 가당치 않다. 이해되지 않아도 수용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없으면 외면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갈등을 표출하지만 않으면 우린 상대를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우리 뇌의 용량은 협소하고 맘의 쓰임은 제한적이며 영혼은 갇혀 있는데, 어떻게 상대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선악이 상대적 가치인 건 권력의 이동 때문이고, 미추가 상대적 가치인 건 시대의 변화 때문이며, 주객이 상대적 가치인 건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그리고 타인은 영원히 타자이기에 내가 일 수 있으므로 상대주의의 가식에 빠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외부세계에 대한 예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