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인간

요한묵시록 12장의 “여인”

아난존 2017. 12. 11. 05:37



요한묵시록 12장은 여인의 대립관계를 주된 서사구조로 하고 있다. 용은 여인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히지만, 결국 여인을 놓치고 만다. 그렇다면 용은 어떤 존재이며 무엇 때문에 여인을 잡으려고 하는가?


묵시록 12장은 용의 정체에 대해 적나라하게 설명해 준다. “그 큰 용은 그 옛날의 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 온 세계를 속이던 그자”(9)이다. 이보다 더 솔직하게 용을 소개할 수는 없다. , 용은 하와를 유혹해서 타락시킨 에덴동산의 뱀으로, 그 뱀이 바로 악마 곧 사탄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용은 왜 하느님의 대적자가 되었을까?


용은 하늘에서 미카엘 및 미카엘의 천사들과 전쟁을 하여(7)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땅으로 쫓겨난 존재다(9). 이제 하늘에는 더 이상 용과 용의 부하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다(8). 이 사실에 분개한 용은 사내아이를 낳은 여인을 쫓아간다(13). 그러나 땅이 여인을 도왔다. 여인을 물로 휩쓸어 버리려고(15) 용이 입에서 뿜어낸 강물을 마셔 버린 것이다(16). 그러자 용은 여인 때문에 분개하여 여인의 나머지 후손들, 곧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예수님의 증언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과 싸우려고 그곳을 떠나갔다(17).


그럼 용이 삼키려고 했던 여인은 누구인가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1)은 아기를 배고 있었는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다가(2), 아들을 낳았다. 그 사내아이는 쇠지팡이로 모든 민족들을 다스릴 분이라, 하느님의 어좌로 들어 올려졌다(5). 그러므로 여인이 낳은 아이는 만국을 다스릴 메시아 곧 구원자이며, 여인은 메시아의 어머니 곧 성모 마리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용은 왜 하늘에서 쫓겨난 분풀이를 여인에게 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것은 그 여인이 메시아 곧 그리스도를 낳을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은 여인이 해산하기만 하면 아이를 삼켜 버리려고, 이제 막 해산하려는 그 여인 앞에 지켜 서 있었던(4) 전력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여인의 아이가 그리스도로 자란 것이 아니라, 여인의 뱃속에서부터 그리스도였음을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여인은 17절에서 보듯이 예수의 조상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예수님의 증언을 간직한 모든 이들의 조상으로 명명된다. 따라서 성모 마리아는 요한묵시록이 쓰였던 1세기 전후에 이미 여신의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