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내게 했던 말들의 교집합을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하나, 인간은 다 그래, 너도 다르지 않아.
둘, 질투는 인간의 본질이야, 아닌 척하지 말지?
셋, 슬픔은 나눠도 기쁨은 못 나누는 거야, 그걸 어떻게 모를 수 있어?
그래서 깨달은 사실, 나는 2D형 인간이고, 저들은 3D형 인간이구나!
만화, 영화, 드라마 등에 나오는 인간들은 평면적이다.
그럴 수밖에, 기승전결이 전부 공개되는 세상, 보여주는 것이 다인 세계, 그게 2D니까.
그러나 현실은 3D라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끝끝내 있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진실은 잔인하거나 비겁하거나 우울한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3D형 인간들이 말하는 그 인간의 깊이를 부정한다. 숨긴다는 건 본인들도 안다는 거다. 그럼 알면 고쳐야지, 적어도 그게 인간다운 거 아니냐, 굳이 영혼의 심연 어둠을 끌어안고 이게 인간의 깊이야, 그러는 이유가 뭔가.
연예인들이 사기를 잘 당한다고 한다. 의외로 순진한 사람들이 많은 동네가 연예계라고 하는데, 아마도 그게 자신을 통째로 보여주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2D형이 많지 않을까 싶다. 2D형은 선하다, 그런 얘기가 아니다. 선인 중에도 평면형, 입체형이 있고 악인 중에도 평면형, 입체형이 있다. 다만 평면형들은 선인과 악인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나누기 쉽지만, 입체형들은 숨기는 게 많으니 그 진의를 아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입체형이 다수인 사회일수록 평면형들이 많이 오해를 받는다. 3D형이 많아지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영국인의 포커페이스, 일본인의 앞뒤 다른 태도를 얘기할 때 섬나라 특성을 꼽는다. 도망갈 데가 없는 사회에선 서로 조심하는 것이 목숨을 연명하는 길이란 해석이다. 즉, 타인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입체형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우리 사회도 입체형이 늘어나는가, 삶의 선택지는 적고 타인은 두려워서?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속을 알 수 없는 인간들이 돼 가는데, 그 모른다는 것 때문에 타인은 알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해석된 존재가 돼 버린다. 그래서 인간은 다 그래가 당연해진다. 뭔지 모르니까, 다 그래가 진리다. 그러나 그건 아무 것도 드러내지 못한다. 왜냐,
하나, 인간이 뭐가 다 그래? 대체 뭐를 가리켜 ‘다’라고 말하는 거야? 그게 뭐야? 정확하게 말을 해야 알지, 그냥 다 그렇다고 말하면, 뭐가 ‘다’인지 입체형들은 알아듣는 거냐?
둘, 비교하지 않으면 질투가 일지 않는다.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동경과 숭배를 하지만, 나보다 비슷하거나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질투를 느낀다. 바로 이런 비교질, 대체 여기에 왜들 그렇게 매달리는 것이냐, 비교 안 하면 수명 단축이라도 되는 질병에 걸린 것이냐,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쟤는 쟤대로, 그렇게 살면 안 될까.
셋, 남의 슬픔으로 위로받지 말고 남의 기쁨으로 위축되지 말라. 슬픔도 기쁨도 다 자신한테만 중요할 뿐 타인에게는 사소한 것인데, 대체 왜 타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으려 하는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나일 뿐이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내 인생을 남의 기준으로 평하는가.
그러니 2D들이여, 그냥 생긴 대로 살자. 쓸데없이 3D 흉내 내지 말고, 오해받는다고 억울해도 말고, 자신을 드러내서 상처받으면 받는 대로, 어차피 자신을 속이기도 타인을 속이기도 어렵다면, 차라리 자신의 맘에 드는 평면형 인간이 되자. 어떻게 해도 입체형 인간에게 오해받을 바엔 그냥 자신에게라도 이해받는 인간이 되자. 그래야 그런대로 한평생 잘 살다 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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