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분노, 경멸, 존재의 하찮음

아난존 2018. 10. 27. 15:48




PC방 살인사건,

점원 따위가 손님인 나를 무시해? 그럼 죽어,

전남편에 의한 살해,

감히 나한테서 벗어나 너 혼자 편히 살려고? 그럼 죽어,

 

왜들 이럴까?

 

김성태와 전여옥이 경쟁하듯 문통을 향해 막말을 해대고,

김어준 프로에 나와 이미지 세탁하던 김성태의 모습이 생각나는데,

정봉주 잘나갈 때 그에게 교태를 부리던 전여옥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데,

나는 관심 없지만 상대가 나를 좋아하니 어쩌겠어, 웃어줘야지 하던,

 

이들은 또 왜 이러는 걸까?

 

숙명여고 문제 유출에,

그래서 내 딸이 그렇게 대학 가기 어려웠다는 어느 지인,

그 지인은 이명박 박근혜 찍은 원죄 때문인지,

틈만 나면 박원순 문재인 욕을 한다.

지들은 뭐가 다를 줄 아냐,

정치인들이 뭐 다 똑같지,

 

다 똑같이 나쁜 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므로 내가 살기 어렵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

 

신분제에 익숙한 사람들은 평등 운운하는 게 같잖고 화난다.

내가 강자한테 굽신대는 만큼 나보다 약자이면 나한테 그래야 하는데,

이것들이 나랑 맞먹으려고 그런다,

그러니 참을 수 없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서,

그럼에도 겨우겨우 살고 있는데,

일베가 그렇듯,

워마드가 그렇듯,

내가 받은 모욕만큼 누군가를 경멸해야 직성이 풀린다.

 

스스로 욕망을 위해,

성공을 위해, 또는 생존을 위해,

수치심 따위 개나 줘버리고,

기꺼이 을질을 했던 사람들은, 또는 그것이 세상사는 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면 자신이 감수했던 그 모욕감이 되살아나서 견딜 수 없어진다.

수치심은 참은 만큼 쌓여 있다가, 대상이 모호한 혐오감이 돼서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그렇게 세상에 대한 분노는 타인에 대한 경멸로 치환되고,

내 존재고 남의 존재고 간에 하찮고 쓸모없는 증오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러니 막말하는 내 말이 들리지 않고, 남 탓하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저놈만 없으면 내가 잘나갈 것 같은데,

내 앞길을 막으니 저놈이 나쁜 놈인데,

그런데 문제는 나란 인간이 태생적으로 고귀하지도,

후천적으로 월등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별것도 아닌 인간이 선량한 척하는 게 꼴사납고,

가진 거 없는 인간이 만족하며 사는 게 봐줄 수가 없다.

그러니 어쩌랴,

내가 망가진 만큼 상대도 망가뜨릴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