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미 글·그림 | 종교·가톨릭·문학 | 올컬러 192쪽 | 12,000원
힘겨운 시대를 꿋꿋하게 살아가는 어른을 위한 성경 동화
사는 게 버거운 어른들에게 잠깐 쉬어가라고,
기꺼이 어깨를 빌려주는 책
책 소개
성서는 매우 재미있는 책이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좋은 점이나 장점만 나오지도 않고,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해서 죄를 짓지 않는 것도 아니다. 탐욕과 무지와 교만이 범람하는 세계, 그래서 멸망과 재건을 반복하며 어리석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렇듯 성서는 내 얘기 같고 우리 얘기 같은 것들이 잔뜩 담겨 있다.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성서는 권위에 압도돼 제대로 읽히지 못했다. 성서를 하느님의 경건한 말씀이라거나, 이스라엘의 역사라거나, 계시받은 사람만 해석할 수 있다거나, 그런 식으로 금고 안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버렸다.
그러나 성서는 나처럼 우리처럼 미숙하고 불완전한 사람들이 우왕좌왕 살아가는 이야기다. 시대를 넘어 민족을 넘어 우리가 인간이기에 겪고 있는 쓰리고 가슴 아픈 현실들, 이상하고 신비한 지구에서 낯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방인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성서의 인물들을 꾹 닫힌 금고에서 꺼내 동화 속 주인공으로 생생하게 살려냈다. 박물관에 있는 성경은 역사적 고증 자료지만 내 책장에 있는 성서는 나에게 말을 거는 텍스트여야 하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공감하며 함께 읽을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이 책의 의도와 특징
일단 이 책은 잘 읽힌다. 동화 형식이라 술술 읽히는 본문과 그림들, 책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기본 미덕인 잘 읽힘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읽다 보면 성서의 행간이 절로 보이고 그 행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마법 같은 책이다!
그다음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것이다. 얼결에 어른이 되긴 했으나 여전히 사는 게 버겁고 모르는 거투성이인 어른들도 알고 보면 엉망진창이다. 어른이라고 실수 없고 잘못 없는 게 아닌데도 우린 스스로 그런 흠결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병들고 내가 ‘나’ 아닌 사람이 되어가도 여전히 먹고사느라 바쁘고, 남들만큼 또는 남들보다 더 잘 먹고 살아야 하므로 수시로 불안하다. 이 책은 그런 어른들에게 잠깐 쉬어가라고, 기꺼이 어깨를 빌려주는 책이다.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
당신이 완전한 존재라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매우 불완전하고 오류투성이지만 왜 태어났는지 영문도 모른 채 지구에 떨어져 그래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기에 조건 없이 사랑받아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가진 게 많아서 존중받는 것이 아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기꺼이 진 채 하루하루를 지켜내고 있기에 조건 없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넘어지지 않아서 위대한 것이 아니다. 너나 할 거 없이 우린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어리석고, 어리석어서 탐욕스럽고, 탐욕스러워서 무지하다. 그래서 어쩔 것인가, 그래도 우린 삶을 선택한다. 살아 있어야 무지에서도, 탐욕에서도, 어리석음에서도 탈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그러니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조건 없이 위대함을 품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의 메시지
하나, 오래된 권위에서 탈출하라!
그놈의 권위가 그간 당신의 정신을 얼마나 갉아먹었는지 잊지 말자.
하나,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탈출하라!
그놈의 고정관념이 그간 당신의 사유를 얼마나 짓밟았는지 잊지 말자.
하나, 오래된 제도에서 탈출하라!
그놈의 제도가 그간 당신의 영혼을 얼마나 농락했는지 잊지 말자.
책 속에서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시대적 징표를 제대로 읽어내야 합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은 다양한 교회적 시각으로 사회 이슈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누구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곧 가톨릭 신자, 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 시리즈가 여러분에게 신앙과 사회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발간사 중에서
성경은 결코 어마어마하게 거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어리석고 무지하고 탐욕스럽고, 그래서 꼼꼼하게도 거르는 법 없이 번번이 실수하는 그런 어른들의 이야기죠. … 삶이 나만 고된 것도 아니고 인생이 나만 꼬인 것도 아니란 걸 뻔히 알면서도 자꾸만 깜박깜박 잊고 삽니다. 그럴 때면 이 책의 주인공들을 떠올려보세요. “얘야, 너만 허술하고 너만 나약하고 너만 억울한 거 아니란다, 우리도 그랬단다, 그래도 다 어찌어찌 살아가더라, 그게 은혜고 축복 아닐까?” 그런 소리가 책장의 행간 사이사이로 들려올 것입니다. -머리말에서
“얘야, 너는 언제 시간이 나느냐?”
하느님은 오늘도 에녹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주님, 제가 므투셀라를 낳고 이제 겨우 300년이 지났어요. 돌봐야 할 아들딸들도 많고 아직 태어날 아들딸들도 많지 않나요? 아버지 예렛이 주님의 계획대로 자손을 번성시켜 일가를 이루고 계십니다. 그런데 제가 한가하게 놀면서 지낼 수 있나요?”
에녹의 말이 틀리지 않아서 하느님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하느님은 고민이 되었어요. 내겐 에녹이 필요한데 에녹은 너무 바쁘구나, 좋은 방법이 없을까? -본문 20쪽
“그들을 모두 고향으로 보내주어라.”
키루스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폐하, 그들이 이곳에 온 지 50년이 지났습니다. 그들은 이제 바빌론의 주민인데 어디로 간다는 말입니까?”
바빌론 사제는 바빌론의 생산력을 담당하는 포로들을 풀어줄 마음이 없었어요. 그러나 키루스는 이미 결정을 한 뒤였죠.
“그들의 신전에서 가져온 기물들도 모두 내주어라. 내가 그들에게 고향인 예루살렘에 새 성전을 짓게 할 것이다.”
바빌론의 정복자 키루스의 명령은 절대적이라 바빌론 사람들은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예루살렘 성전의 재건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본문 100쪽
하바쿡은 주님께서 보여 주신 환시를 똑똑히 기억했습니다.
“불행하여라, 남의 것을 긁어모으고 담보로 잡은 것을 쌓아 두는 자!
불행하여라, 자기 집안을 위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재앙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자!
불행하여라, 피로 성읍을 세우고 불의로 성을 쌓는 자!
불행하여라, 이웃들에게 술을 먹이고 취할 때까지 화를 퍼붓고는 그들의 알몸을 바라보는 자!
불행하여라, 나무에게 ‘깨어나십시오.’ 하고 말 못 하는 돌에게 ‘일어나십시오.’ 하는 자!”
하바쿡은 앞으로 이스라엘에 닥칠 불행을 모두 보았습니다. -본문 161쪽
“아휴~ 주님, 나쁜 놈들 벌하실 거면 인내하지 마시고 그냥 벌하세요. 그들 때문에 힘든 건 당신만이 아닙니다. 우리 같은 무지렁이 백성도 그들의 탐욕 때문에 괴롭다고요.”
하루 품삯꾼인 그는 오늘 배정받은 일터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주워들었습니다. 그는 악인들에 대한 응징을 약속하는 예언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주님 참지 마세요, 주님 바로 지금이에요! 이렇게 되뇌곤 했습니다. -본문 177쪽
하느님은 오늘도 혼자서 자신의 뜰을 거닐고 계십니다. 에녹은 하느님의 집을 관리하느라 바쁘고, 엘리야는 애제자 엘리사가 돌발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분통을 터뜨리느라 여념이 없었죠. 내가 왜 나의 사람들을 만들었을까, 나는 진정 인간과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하느님은 깊은 생각에 잠기셨어요. -본문 189쪽
차례
간행사·5/머리말·8
1부 에녹을 좋아하신 하느님
1. 에녹을 좋아하신 하느님-하느님은 심심해·17/2. 가족이란 이름으로-카인과 아벨의 동생 셋·23/3. 계획은 늘 변경되지-주인 사라와 몸종 하가르·29/4. 내 손 안에 있소이다-이스라엘이 된 야곱·35/5. 2인자는 괴로워-모세의 대변인 아론·41/6. 생존의 기로에서-라합의 선택·47/7. 원수를 주님 손에-판관 기드온의 막내아들 요탐·53/8. 삼손 미안해-다곤 신 성전의 여사제 들릴라·59/9. 누군들 중요하지 않을까-창녀의 아들 판관 입타·66/10. 영원한 건 없다-판관 엘리와 그의 아들들·72
2부 쓰디쓴 진실과 달콤한 거짓
11. 영광의 어두운 그림자-초대 왕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탄·79/12. 엇갈리는 사랑-솔로몬의 후궁 술람밋·85/13. 낮은 곳을 살핀 예언자-엘리야의 제자 엘리사·92/14. 통치는 나의 전공-페르시아의 왕 키루스·97/15. 가난을 대하는 자세-의인 토빗과 그의 아내 안나·103/16. 친구가 불행할 때-욥의 친구 엘리파즈·107/17. 중용의 지혜-아구르의 잠언·113/18. 허무주의자 현인 코헬렛-오늘 죽을 것처럼·118/19. 우상을 만든 최초의 장인-아이돌은 아름다워·123/20. 쓰디쓴 진실과 달콤한 거짓-예언자 예레미야와 하난야·128
3부 이번 생이 처음이라
21. 칼날 위의 정의-네리야의 아들 바룩·137/22. 함정에 빠졌지만-요야킴의 아내 수산나·142/23. 네가 하느님 할래?-예언자 요나와 니네베 왕·148/24. 한 놈만 패면 안 돼?-유다 백성과 예언자 미카·153/25. 고뇌하는 예언자 하바쿡-악인을 벌하소서·159/26. 건축왕은 나의 운명-최초의 유다 총독 즈루빠벨·164/27. 당신이 있어 내가 존재-여호차닥의 아들 예수아 대사제·169/28. 왜 나만 힘든 거 같지?-어느 예루살렘 주민·174/29. 이번 생이 처음이라-하느님의 첫 사람 아담·179/30. 혼자서 뜰을 거니시는 하느님-짝사랑 전문가·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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