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인간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순서 비교

아난존 2019. 12. 8. 09:48




성경이 인류사에서 매우 중요한 책인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인 만큼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세계사에 미쳤다. 그런데 막상 그 성경을 텍스트로, 그러니까 독서 자료로 읽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왜일까, 이유는 다양하나 무엇보다 성경 해석에 권위를 부여하는 오래된 습성도 한몫한다. 신자들에게 해석의 자율성을 금지해온 권위적 전통 때문에 성경 해석 자체가 금단의 열매인 양 금기시되어 온 것이다. 게다가 원문이 무엇이냐에 따라 성경 번역에 차이를 보여서 해석의 어려움을 더한다. 그래서 마치 신학자나 성직자 아니면 성경 해석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해 오기도 했다.

 

일단 천주교 성경과 개신교 성경도 다르다. 신약 27권은 동일하나 구약은 천주교가 46권으로 개신교 39권보다 7권이 많다. , 개신교는 총 66권이고 천주교는 73권이다. 그래서 어떤 개신교 신자는 천주교를 이단이라 하기도 한다. 진리여야 할 성경에 비진리가 섞였다고, 그러나 개신교인 중에도 킹제임스성경만이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 있고, 또 일부는 개역한글판의 새 버전인 개역개정판을 부정하기도 한다. 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 애초에 구전되다 기록된 탓에 처음부터 성경 전체가 통째로 주어지지 않았는데 어쩌란 말이냐.

 

오히려 그런 차이가 성경이 귀한 자료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창작된 것도 아니고, 어느 날 문득 하늘의 영감을 몰빵받은 특정 예언자에 의해 정리된 것도 아니라는 거, 그게 성경을 과거의 유물로 화석시키지 않고 현대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천이다.

 

그거 아는가? 성경에는 좋은 놈보다 나쁜 놈이 숫자상 월등 더 많고, 이스라엘과 주변 강대국의 얽히고설킨 역사는 상당히 폭압적이며, 인간들은 참 일관되게도 말을 안 듣고 결과는 항상 지리멸렬 폭망하는 것을. 그러니까 성경은 대단히 아름답고 엄청나게 고상한 이야기들이 아니라는 거다. 다만, 고통 속에서도 짐승이 되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인성을 버리지 않으려고 버티며 견뎠다는 거, 그래서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상과 예수님의 부활과 새 시대의 약속 같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필요했다는 거, 현실의 잔혹한 고통을 버티려면, 짐승이 되고 싶은 유혹을 참으려면, 그만큼 강력한 희망이 있어야 하니까.

 

그러니까 성경을 우상화하지 말고 읽을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우상숭배만큼 달콤하지만 위험한 것도 드무니 말이다. 우선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순서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건 성경별 차이 없이 내용이 동일하니 비교하기 쉽다.

 

<창세기 1>

창조일

<창세기 2>

낮과 밤 구분

1

 

궁창(창공) 하늘

2

땅과 하늘 아담

, 바다 , 과일나무

3

과일나무, 선악나무

, , 빛과 어둠 가름

4

네 줄기 강

큰 용들1, 물의 생물들, 새들

5

집짐승, 들짐승들, 새들

집짐승, 기어 다니는 것, 들짐승, 남자와 여자

6

하와

휴식

7

 

 

창조일 기준은 창세기 1장을 자료로 한 것이고, 창세기 2장은 창조일은 없으나 창조 순서가 있으므로 편의상 비교 배치한 것이다. 창세기 2장에서 아담은 1장과 달리 각종 식물과 동물이 창조되기 전에, 그러니까 다른 어떤 피조물보다 가장 먼저 창조된다. 그리고 인간 여자인 하와는 1장에서는 아담과 같은 날 창조되지만 2장에서는 피조물 중 가장 늦게 창조된다. 여기서 그 유명한 갈빗대 얘기가 등장한다. 1장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다고 해서 사람의 속성이 강조된 데 비해, 2장에서는 아담은 흙으로 하와는 아담의 갈빗대로, 이렇게 내구성에 차이가 나는 재료로 만들어진 정보가 새삼 등장하는 것이다.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순서가 다른 이유에 대한 해석 또한 매우 다양하다. 해석의 문제니만큼 다양한 게 당연하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우리가 성경을 읽어왔다는 거, 또는 들어왔다는 거, 이에 대한 자각이 우리의 영혼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 어떤 텍스트도 해석의 풍부함을 제거해 버리면 그 책은 그때부터 우상이 된다는 거, 그리고 우상숭배는 내 영혼을 털어버릴 수 있다는 거, 그걸 공유하는 일이 필요한 세상이다.


  1. '용'은 천주교 성경 자료로 히브리어 마소라본이 원문임, 공동번역과 개신교 개역판엔 없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