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인간

[저자 인터뷰] 종교 없이 신앙인으로 살기

아난존 2019. 3. 14. 22:50

Q.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공부하면 현명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학위만 5개를 모았습니다. 사회학 학사, 국문학 학사 및 석사, 종교학 석사 및 박사, 그러나 여전히 제가 어리석다는 것만 알겠습니다. 생겨먹길 지혜와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으로 살다가 가고 싶은, 저는 그런 소시민 1인입니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저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께 진심을 담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천성이 어리석은 저는 쓸데없이 요란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 시간을 함께 넘어온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도 제가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음을 자백합니다. 제가 도움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 수 있다면 충분히 한세상 기특하게 살다 갔다고 생각하는, 저는 그런 사소한 한국인 1인입니다.

Q. 어떤 계기로 이번 저서를 집필하게 됐는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천주교 신자로 태어나 고등학생 때까지 성당에 다녔고, 대학 때는 대순진리회를 경험했으며, 40대에는 개신교와 신천지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종교를 공부해야겠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종교란 게 대체 뭐길래, 그렇게 해서 종교학 박사가 되었습니다.

이제 제가 배운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종교가 인류에게 저지른 몹쓸 짓을 이해하는 일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종교 때문에 신도 버려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니체 마니아입니다. 그래서 그의 절규, 신은 죽었다는 비명을 너무 잘 알아듣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은 없는 게 아니라 죽은 것입니다. 이 말은 무신론자들을 연대시키는 촉매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유신론자들의 자각을 촉구하는 각성제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썼습니다. 종교가 타락했다고 신이 타락한 것은 아니기에, 종교인들이 부패했다고 해서 신앙인들도 부패해서는 안 되기에, 우리 개개인 안에 종교의 미래가 있기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의 창조물이라고 믿기에, 그래서 감히 이 책을 썼습니다.




Q. 선생님의 저서가 기존에 출간된 유사도서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성이 있는지요?

특정 종교, 특정 교단에 의지하지 않아도 신앙을 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권위에서 벗어나야 진짜 '나'와 만날 수 있으며, 진짜 '나'를 만나지 않으면 내 안의 '신'과도 만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종교의 무지에서 벗어나야 참된 신앙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리고 나누는 게 목적입니다. 삶이 힘든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 부흥하는 종교들은 그 자체로 악입니다. 힘들더라도 스스로 서야 하고, 외롭더라도 신과 단독자로서 마주해야 합니다.

이 책은 그래서 종교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 어떤 종교인보다 사랑스러운 사람이란 걸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Q. 이번 저서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부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종교에 상처받은, 그래서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사람들, 또는 상처가 흉터가 되어 트라우마로 남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다루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종교 일반의 문제를 원론적인 입장에서 다뤘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개인의 상황을 개별적으로 다루지 못해서 그 점이 아쉽습니다. 이 부분을 다음 기회로 넘깁니다.



Q. 선생님의 저서를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겨 주세요.

세렝게티의 초원으로 쉽게 편입되지 못하는 당신, 그런 자신의 양심을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아직도 세상이 살 만한 것입니다. 부디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악을 악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지켜 주세요. 우리 외롭고 힘들어도 같이 연대하며 버텨 보아요. 우리에게는 우리를 인내하시는 신이 있으므로, 당신의 진심은 결코 외면받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