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관계의 손절매 타이밍

아난존 2018. 12. 9. 23:16




주식투자에서 손절매하는 건 그 주식이 더이상 회복될 기미도 없거니와 가지고 있어봤자 더 큰 손해를 볼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손절매 후 손해 보고 팔아버린 주식의 주가가 뒤늦게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손절매했다는 건 초조함과 불안함의 시간을 더이상 감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결단이니, 돈을 주고 그 시간을 샀다고 생각할 일이다. 또한 이미 팔아버린 주식과 나는 상관없는 관계이니 내가 신경 쓸 일도 아니다. 이는 나와 헤어진 애인이 결혼을 하든 재혼을 하든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닌 것과 같다.

 

인간관계도 손절매 타이밍이 있다. 앞으로 관계가 더 나아질 전망도 없는데, 그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 그것이 감정 비용이든 시간 비용이든 물리적 비용이든, 그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여력이 안 된다고 생각되면, 그때가 관계의 손절매 타이밍이다. 그간 투자한 시간과 노력과 감정이 아쉬워서 불편한 마음을 가진 채 계속 유지한다면, 그 인내의 관계 다음에 오는 건 빚의 관계이다. 결국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하듯 본전 환수의 욕망에 시달리게 된다. 내가 지금껏 투자한 게 얼만데..., 그러다 빚 독촉하는 수전노가 된다.

 

그러니 관계의 손절매는 필요하다. 내가 손절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에게 손절매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 관계일 뿐, 누구의 잘못이냐 그런 건 없다. 서로 흘러가다가 같이 고여 있었던 시간들,외롭지 않았던 시간들에 대해 감사하면 된다. 같이 흘러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거겠지만, 흐르는 방향이 달라진다면 서로 각자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면 되고, 나는 흐르고 싶은데 상대는 고여 있다면 나만 흘러가면 된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관계를 유지하려는 인내가 아니라, 그 관계가 힘들 때 힘들다고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더하여 그 관계가 나에게만 인내를 요구한다면 과거의 시간에 감사한 후 새롭게 흘러갈 용기이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려면 내일의 나도, 나의 주변도 바뀌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