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페미니스트들이여, 왜들 이러시나?!

아난존 2018. 11. 12. 22:20




동양이고 서양이고 간에, 선진국이고 후진국이고 간에, 옛날이고 지금이고 간에, 여성들이 남성들 눈치 보며 산 거 안다. 예쁨 받아야 생존이 편리하고, 예쁠수록 인권도 보장받는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면서 억울했던 거 다 안다.

 

그럼 실력을 갖추라고? 동일직종 동일업무의 경우 여성은 남성보다 외국어 하나라도 더 요구받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악착을 떨어서라도 경쟁하려고 했더니 이번엔 직장 내 분위기가 도와주지 않는다. 조직에서 승진은커녕 생존도 어렵다. 목소리 크면 기가 센 여자로 보일까 두렵고, 꾹 참고 있자니 만만하게 보여서 짜증난다.

 

안다, 다 안다. 그런데 여성들이여, 남자는 살기 쉬울까? 능력 없으면 인간 취급도 못 받는 건 여성보다 몇 배는 더하다. 남성우월주의는 어디까지나 능력 있고 인정받는 남자에 한정되는 이념이지, 모든 남자들에게 적용되는 원리원칙 같은 게 아니다. 그래서 그 결핍으로 집에서만 난폭한 남자들이 나오고, 일베가 생겨나고, 여혐이 난무한다. 동성 간에 무시당한 분함을 더 약자인 여성에게 분풀이하는 혐오범죄가 증가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래서 그런 남자들을 이해해 주자고? 아니, 그럴 리 있나, 능력 없으면 죽으라는 이런 빌어먹을 사회에 주눅 들어 강자한테는 눈도 못 마주치면서, 더 약자를 괴롭히는 지나치게 한심한 종자들을 포용하자는 게 아니다. 그걸 뭐 어쩌겠는가, 그렇게 살다 죽을 운명이라면 제 팔자대로 사는 거지.

 

그럼, ? 억울하고 분한데 어쩌라고? 제발 여성들아, 그런 남자들을 욕하면서 그걸 따라 하지는 말자는 거다. 내가 약자니까 더 약자를 괴롭히며 우월감을 확인받으려 하지도 말고, 내가 약자인데 하면서 강자한테 붙어서 마름질하지도 말자는 거다. 특히나 그 마름질할 때 한껏 여성성을 동원해서 남성들을 헷갈리게 하지도 말자. 약자니까 어쩔 수 없잖아 하면서 여성인 걸 이용하다 억울해지고, 아무래도 분하고 억울해서 미투하면 그게 먹히냔 말이다.

 

그간의 페미니즘이 공부한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보인 것도 문제인데, 그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일베 못지않은 혐오감에 불을 지르고 있다. 계층적 위화감에 더해진 남성 혐오의 페미니즘이란 결국 나치처럼 극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여성들은 아는가?

 

아니면 극우라도 좋으니, 미투가 지지받는 이때 페미니즘 이름 걸고 눈치껏 권력도 잡아보고 마음껏 약자 혐오도 해보고 싶은 것인가남성 정치인들만 막말하랴, 나도 관종이다, 여성이라고 권력욕 없지 않다, 이런 포지션 잡은 여성 정치인들의 허접한 사유도 구역질 나는데, 거기에 더해 페미니즘이란 이름으로 일베 짓 좀 하지 마라.

 

그러면 페미니즘이란 용어를 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오염된 개념은 씻어서 쓸 수도 없으니 어쩌란 말이냐, 혐오의 피해는 항상 최약자층으로 흐른다는 것만 기억해다오, 페미니스트들이여! 남성을 혐오한다고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지도 않으며, 마음껏 분노를 표출한다고 인정받고 힘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어쩌라고? 뭘 어쩌겠는가, 부당한 일을 보면 가만히 있지 말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을 하자, 내가 있는 곳에서 순간순간들을 억지로 순응하지 말고 소신껏 행동하자, 그게 진짜 운동 아닌가, 가면 쓰고 집단 속에서 구호를 외치는 분노에, 조금만 용기를 보태서 민낯으로 일상에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자.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남자와 공정하게 경쟁할 것이며, 더불어 남성들과 무슨 수로 연대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