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를 경계하지 마세요. 저는 이 마을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려 주러 왔습니다.”
나우는 자신이 차고 있는 라이프워치의 불이 빠르게 깜박이는 것을 보며 말했다. 라이프워치엔 경고 기능이 있는데 심각성이 감지될수록 불빛이 빠르게 깜박였다.
“제가 사는 세 번째 기계 마을은 공학 기술자가 많아 전력이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전력으로 공기 정화도 하고 정수 시설도 비교적 잘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돌, 저희는 이 돌을 솔라피드라고 부릅니다. 이 돌의 정화 능력을 일찍이 발견해서 주민마다 이 돌을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나우는 겉옷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 안내자에게 보여 주었다. 가죽끈으로 된 가느다란 줄에 작고 빛나는 보랏빛 돌멩이가 달려 있었다.
“마지막 머스킹 우주선이 지구를 떠날 때 저희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환호했습니다. 드디어 지구에서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모두 떠났다고 좋아했죠. 우리가 원했던 삶은 그저 단순하고 안전한 일상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기술자가 주류인 저희 마을은 망가진 기계들을 하나하나 복구하면서 일상을 회복해나갔죠. 첫 번째 기계 마을이 침입해 오기 전까진…”
침입이라니! 아직도 그런 구시대적 유산이 남아 있다고? 권력자와 자산가가 모두 우주로 떠난 이 지구상에서?
“믿을 수가 없군요. 침입자 같은 옛날 용어를 다시 들을 줄이야, 과거의 환난을 벌써 다 잊었단 말인가!”
안내자는 개탄스러웠다. 어떻게 해서 얻은 평화인데, 이제야 지구가 좀 고요해졌는데, 대체 왜 그런 작자들이 지구에 남아 있었던 걸까? 남의 것을 뺏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종자들은 모두 우주로 갔던 게 아니었나?
“제 이름은 가온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안내자는 나우에 대한 의심을 풀었다. 그리고는 뇌파로 주민들에게 블루 경보를 해제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마을 주민들은 시간이 멈춘 듯한 긴장을 풀고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서 있는 사람들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주민센터는 마을 사람이면 누구나 드나들 수 있었다. 그곳에는 큰 회의실과 작은 회의실, 그리고 숙식이 가능한 숙소도 여러 개 있었다. 가온은 그중 방 하나를 나우에게 안내했다.
“당장 갈 곳이 없는 거죠? 이곳에 머무세요.”
가온의 말에 나우가 오히려 당황했다.
“저를 믿으시는 건가요?”
나우는 너무 쉽게 외부인을 믿는 게 아닌가 싶어 가온에게 물었다.
“당신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우리 마을도 침입당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오신 거 아닌가요? 당신을 적대시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낯선 외부인을 어떻게 믿고 자신들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공공물로 끌어들일까 싶었다.
“우린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아, 오해는 마세요. 언제나 뇌를 풀가동 하는 건 아니에요. 아무리 훈련이 잘된 우리라도 그런 건 좀 무리죠.”
가온이 나우에게 말했다.
“그럼 이 마을이 소문으로만 듣던 그 ‘신의 마을’인가요?”
나우는 혹시 소문의 마을이 실재하는가 싶어 물었다.
“신의 마을이요? 그런 소린 처음 듣는데, 여긴 ‘서 있는 사람들 마을’이에요.”
가온의 대답에 나우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렇겠죠? 지구인이 우주로 떠나는 시대에 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죠.”
나우가 변명하듯 말했다.
“글쎄요, 제가 모르는 이야기라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가온은 나우에게 대답한 뒤 나우의 안색을 살폈다. 오늘은 무척 피곤해서 이제 그만 쉬고 싶다는 마음과, 지금 당장 ‘첫 번째 기계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는 마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가온은 나우를 일단 안심시키기로 했다.
“내일 당장 우리 마을이 침입당하진 않을 거예요. 오늘은 그만 쉬세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아는 건가? 나우는 가온이 자신의 생각을 읽는 게 불편했다.
“제 생각을 또 읽으셨나요?”
나우가 경계하는 태도로 물었다.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나우님 표정에 다 드러나는데요.”
가온이 살짝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넘겨짚었나 보군요.”
나우가 당황해서 사과했다.
“오늘은 일단 주무세요. 내일 해 뜨는 시간에 마을 전체 회의가 있을 거예요.”
가온의 말에 나우는 긴장감이 풀렸는지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지, 가온이 방을 나가는 것을 보자마자 나우는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3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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