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이 된다는 것

트럼프는 어쩌다 혁명가?

아난존 2021. 1. 12. 19:31

 

미국이 난리다. 트위터 대통령이란 이상한 트렌드를 만들어낸 트럼프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당했다. 대체 트럼프는 코로나로, 이상기후로 가뜩이나 분위기가 어두운 21세기에 무슨 짓을 하는 걸까. 20세기 어부지리로 패권 국가가 된 미국의 민낯은 어떤 이에겐 생각보다 날 것이어서 생경하고, 어떤 이에겐 생각만큼 남루해서 흥미진진하다.

 

현재 미국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아 의회 경비 담당 경찰 2, 트럼프 지지자 시위대 4명이 사망에 이르렀고, 트럼프에 한 발을 살짝 걸쳤던 공화당 지지자들조차 트럼프를 손절하는 상황이다. 더하여 시위대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트럼프 탄핵안이 발의됐으며 트럼프와 미국의 미래가 씨줄 날줄로 엉켜 버렸다. 어쩌자고 이러는 걸까.

 

설마 대통령씩이나 되겠어? 본인조차 의아했을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건 민주당과 힐러리다. 엘리트 가문의 정치인이 귀족 신분을 갖게 되는, 까보니 신분 사회라는 것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번번이 힐러리에게 폭발한 건 그녀의 운명일 뿐, 대중은 공화당이고 민주당이고 그게 그거인 엘리트 중심의 사회 자체가 불만이다. , 기회의 균등을 말하면서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슬쩍슬쩍 치우는 기존 정치권에 화를 내는 것이다.

 

엘리트는 성취 지위고 노력의 결과라고 우기지만 이게 아무래도 타고난 신분 같은 그런 귀족 사회의 정점에 있는 힐러리, 그녀는 영부인에 상원의원, 국무장관, 유명 변호사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누가 뭐래도 기득권의 상징 같은 존재. 반면 태생이나 이력과 아무 상관 없이, 그냥 막말하고 SNS로 대중과 직접 소통한다는 이유로 트럼프는 가식과 위선을 벗어던진 민중 쪽 대표선수가 돼 버렸다.

 

엘리트 계층의 견고한 울타리에 분노한 민중이, 역시 엘리트들의 비난과 조롱을 받는 트럼프를 같은 편이라고 인식하는 거다. 그것이 트럼프의 전략이었든 어쩌다 보니 운이었든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부상이 시대적 요청이었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말로 대중을 현혹하며 실속은 자기들끼리 챙기는 엘리트층에 혐오를 느끼는 유권자들이 차라리 독재를 원하듯, 두테르테가 그렇고 시진핑이 그렇고 푸틴이 그렇고 유럽에서 득세 중인 극우가 그렇듯, 홍준표는 이를 형식만 흉내 내다 실패했고, 이재명은 현재 성공 중인 듯 보이지만 아직은 모르는, 오늘날 이것이 우리 인류의 모습이다.

 

민주주의의 한 축인 평등이 버거운 중생들은, 민주주의의 한 축인 자유를 약육강식의 합법화로 치환시킨 엘리트층에 가장 비민주적인 인사로 대응시켜 맞불을 놓는다. 따라서 트럼프가 비열하든 다른 꿍꿍이가 있든 그런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분노를 분노로 점화시켜 엘리트 기득권의 위상을 부수면 되는 것이기에, 의회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 간 의원들의 모습과 하원의장의 사무실 책상에 발을 올려놓은 시위자의 행동에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별것인 척 굴지 말라고! 그런 마음?

 

명분이라곤 자아도취밖에 없는 트럼프가 이렇게 혁명가가 되다니 참 세상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