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죽음에 대해 많이도 생각해 왔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게 왜 이리 부담스러운 건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인간이 낯선데 이대로 몇 살까지 살아야 하는지….
그러면서 죽음을 삶만큼이나 친숙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였는지, 아님 내가 태생이 불량인 건지, 남들이랑 감정 교류에 어려움이 뒤따랐다.
어디서 부러워해야 하는지, 어디서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어디서 화가 나야 하는지, 감정의 음역대가 점점 좁아져서 그만큼 사적 관계 맺기도 갈수록 난해해졌다.
그래서 내게는 혼밥, 혼술의 트렌드가 매우 잘 이해된다.
나만 사람이 낯설고 인간관계가 이질적인 게 아니라고, 그것이 오늘날의 트렌드라고 하니, 나 같은 지구인이 꽤 있구나 하는 연대감도 든다.
괴물도 자주 보면 귀엽게 보이지 않던가, 미적이란 게 노출 빈도에 영향을 받는 탓에, 카메라 마사지라는 것도 사실 그렇다.
대중에게 자주 길게 노출될수록 이쁘고 잘생겨 보인다.
내게 죽음은 그런 존재다.
자주 많이 생각했더니, 두려워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런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만나도 특별하지 않은 존재, 가끔은 빨리 만나고 싶은 자연스러운 존재.
그래서 생긴 소망 하나,
죽음을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피해 다닐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싶다.
이를 공유할 수 있다면, 좌절된 욕망들이 만들어낸 아수라들의 지옥에서 우리 스스로를 구원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소망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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