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권력이지, 왜냐, 알아듣고 알아먹어야 직업이든 관계든 선택권이 생기니까, 그러니 쉬운 글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그것도 왕이 했다는 건 엄청난 발상의 전환인 거지. 세종대왕 본인은 한문공부 빡세게 한 사람인데, 뭐가 아쉬워서 쉬운 글자가 필요했겠어, 그건 순전히 백성들 때문이야. 한자의 가성비가 좀 낮아야지, 먹고 살기 빠듯한 백성들은 한자를 배울 여유가 없어. 그래서 세종대왕이 1443년에 짠~ 하고 우리 글자를 만든 후, 기득권세력 눈치 보다가 1446년에 큰맘 먹고 반포하셨지. 뭐라고?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않는데,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할 게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자가 많다. 내 이를 위하여 가엾이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
감동이지? 백성 너님들 편하라고 내가 특별히 만든 거니까 부담 없이 널리 쓰라는 거야. 물론 15세기 국어로는 표기가 살짝 달랐지만. 어떻게?
“나랏말미 中國에 달아 文字와로 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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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어린 百姓이 니르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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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 뜻을 시러 펴디 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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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여듧 字를
노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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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겨 날로
메 便安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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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라”
근데 지금은 28자 중 4글자( ᅙ, △, ㆁ, ㆍ , 이걸 소멸 순서대로 ‘10원 갖고 산에 가서 사과 사 먹었더니 씨만 남았다’고 외우지)가 없어져서 24자가 쓰이고 있지. 여기에 1+1 기획이 더해져 지금은 자음 19개, 모음 21개, 합쳐서 40개의 음운을 사용해. 이렇게 언어가 변하는 걸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하지. 위의 <훈민정음> 서문만 봐도 얼마나 차이가 나니? 오늘날 우리가 조선시대 조상님과 대화하려면 시간 좀 걸릴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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