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동화♡시

나무늘보의 선택

아난존 2017. 12. 14. 09:03




아웅, 시끄러……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숲의 친구들은 이렇게 햇살이 화사한 날 놀러 나가야 한다며 야단법석입니다.

강가로 놀러 가자, 강물이 햇빛에 반짝거려.”

코끼리가 긴 코로 나무늘보의 등을 건드리며 조릅니다.

싫어.”

나무늘보는 지금 이대로 나무에 매달린 채 자고만 싶습니다.

? ? ? ”

코끼리도 쉽게 물러나진 않습니다.

다시 집으로 올 거잖아?”

나무늘보는 졸음 섞인 목소리로 묻습니다.

그야 그렇지.”

코끼리는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그래서 싫어.”

나무늘보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코끼리는 주춤합니다.

그래도 물살이 햇빛에 반짝거리는데……

코끼리는 강물의 아름다움을 나무늘보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건 잠시잖아. 반짝거림은 금방 사라져.”

나무늘보는 지나가는 바람소리처럼 그렇게 꿈결에 속삭이듯 중얼거렸습니다.

사라지니까 아름다운 거지.”

코끼리도 지지 않고 대꾸합니다.

사라진다는 건 영원하지 않다는 거잖아.”

느릿느릿한 나무늘보의 말 속에는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야 그렇지.”

코끼리는 자신이 점점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내 잠을 방해하지 말아 줘.”

나무늘보는 다시 잠을 청했고 코끼리는 약간 이상한 기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왠지 강가에 가고 싶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날 코끼리는 강가에 가는 대신에 집에서 그냥 낮잠을 잤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코끼리가 집에서 낮잠을 자다니, 그건 흔한 일이 아닌데 말이죠.

따뜻한 햇살이 나무늘보의 몸을 비춰주고 있어서 나무늘보는 기분 좋은 잠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서는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이봐, 함께 사냥을 가는 게 어때?”

뭐 재미난 일 없을까 하며 어슬렁대던 사자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나무늘보를 발견하고는 제안합니다.

싫어.”

이번에도 나무늘보는 주저하지 않고 거절하는군요.

이렇게 좋은 날 나무에만 매달려 있긴 아깝잖아?”

사자는 나무늘보를 향해 풀쩍풀쩍 뛰면서 묻습니다.

난 고기를 안 먹는데 왜 너와 사냥을 해야 되지?”

나무늘보는 이상하다는 듯 사자에게 되묻습니다.

네가 사냥의 즐거움을 몰라서 그래. 그리고 사냥을 하다보면 고기 맛도 알게 될 걸? 고기가 제일 맛있는 음식이란 걸 모르다니, 그건 네가 아직 고기를 못 먹어봐서 그런 거야. 어때? 오늘 날도 좋은데, 나한테 사냥도 배우고 고기도 같이 먹어보는 거야. , 좋지?”

사자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촐랑대며 나무늘보를 졸라댑니다.

너는 고기 못 먹으면 성격이 사나워지잖아.”

나무늘보는 사자가 빨리 가버리길 바라면서 말합니다.

네가 고기의 고소한 맛을 몰라서 그런다니까? ~ 답답해, 넌 네가 모르는 세계가 궁금하지도 않니?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야 똑똑해진다는 옛말도 몰라?”

사자는 앞발을 들어 버둥거리며 나무늘보를 나무라듯 말합니다.

똑똑해지면?”

나무늘보가 사자에게 묻습니다.

그야, 똑똑해지면 배부르게 살 수 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고……

사자에게 그 이상의 대답은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나무늘보는 다시 사자에게 묻습니다.

그래서라니? 그게 중요한 거지. 맛난 거 먹으며 배부르게 사는 거……

사자는 처음보다 약간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반복합니다.

난 많이 안 움직이기 때문에 배가 별로 안 고파, 그리고 나무 열매와 잎도 아주 맛있어. 그러니 이제 그만 가 줘.”

나무늘보는 이게 마지막 대꾸라는 듯 말합니다.

……그래도 고기가 제일 맛있는데, 먹어 보지도 못했으면서……

사자는 더 할 말이 없어지자 고개를 푹 떨어뜨리고는 중얼거리며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사냥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오늘은 사냥을 나가기가 귀찮아졌습니다. 그날 사자는 산딸기로 배를 채웠다고 합니다. 사자가 하루 종일 산딸기만 먹고 말았다는 얘기는 이후 숲에서 두고두고 다른 동물들에게 얘깃거리가 됐다고 하네요.

 

나무늘보에게 오늘처럼 좋은 날씨는 그냥 잠자기 딱 좋은 날일 뿐입니다. 이제 푹 자야지 하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잠자기 알맞은 햇살이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간간이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와 기분을 마냥 상쾌하게 해주고 있으니까요. 나무늘보는 아주 행복했습니다. 이제 방해 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잠자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만족해하며 막 깊은 잠에 빠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라?

무언가 세게 날아와 쿵! 하고 나무늘보와 부딪는 바람에 나무늘보는 자신이 매달려 있던 나뭇가지에서 바닥으로 퉁!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얏! 미안해……

부엉이가 자신의 앞이마를 문지르며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나무늘보에게 하는 말인지도 헷갈리게 나무늘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허공에다 대고 사과했습니다.

나무늘보는 허리가 아파 간신히 일어나서는 부엉이에게 물었습니다.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

, 그쪽에 있었구나! 난 낮엔 잘 안 보여서……

부엉이가 나무늘보의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돌리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안 보이는데 왜 나온 거야?”

나무늘보가 묻습니다.

낮의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서친구들이 그러는데 숲은 밤보다 낮이 훨씬 아름답대.”

부엉이가 들뜬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그래서 뭘 봤어?”

나무늘보가 다시 묻습니다.

그냥, 뭘 봤다기보다는, 그래! 느꼈어! 그래서 낮이 참 아름다운 걸 알았어.”

부엉이가 대답합니다.

뭐가 아름다웠는데?”

나무늘보가 궁금해서 묻습니다.

눈부신 햇빛, 푸른 잎사귀, 싱싱한 열매, 가지각색의 꽃……

부엉이는 황홀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그걸 다 봤다고?”

나무늘보가 부엉이의 말을 끊고 되묻습니다.

아니, 그걸 다 느꼈다고……

부엉이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 알았어. 그런데 느끼는 건 네가 밤에 더 잘하는 거잖아.”

나무늘보에게는 부엉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야, , 그렇지……

부엉이도 인정을 합니다.

네가 잘 볼 수 있는 밤에 숲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나무늘보는 몸의 흙을 툭툭 털어내며 말합니다.

그렇지만 친구들이 숲은 낮에 보는 게 더 아름답대서……

부엉이는 자신의 행동을 이해받고 싶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밤에 잘 못 보잖아.”

나무늘보는 자신이 좀 전에 매달려 있었던 나뭇가지를 향해 올라가면서 말합니다.

……그럼, 넌 언제가 더 좋은데?”

부엉이는 이대로 그냥 물러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자.”

나무늘보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아까의 그 자세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다시 잠을 청하고 싶었거든요.

그건 인생을 낭비하는 거야, 깨어서 활동을 해야 돼.”

부엉이는 나무늘보가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로 날아가 앉으며 말합니다.

?”

나무늘보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짧게 질문합니다.

깨어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하니까.”

부엉이는 나무늘보가 너무 당연한 걸 묻는다고 생각하며 진지하게 대답합니다.

난 잘 때 행복해.”

나무늘보의 대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자는 건, 훌륭하지, 못한, 일이야.”

부엉이는 자신이 약간 흥분한 것 같아 일부러 천천히 말을 또박또박 끊어서 합니다.

?”

나무늘보의 질문도 매우 간단하군요.

부엉이는 나무늘보의 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역시 또박또박 끊어서 설명합니다.

깨어 있어야, 그만큼, 아름다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어, 그런데, 아름다운 건,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는 거거든. 너처럼, 만날, 잠만 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잖아.”

부엉이는 혹시나 자신이 꼭 해야 할 말을 빼 먹지나 않았는지 걱정하면서 속으로 자신이 한 말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름답다고?”

나무늘보는 잠깐 눈을 떴다가 다시 감습니다.

……?”

부엉이는 나무늘보에게 다음 말을 재촉합니다.

햇살이 따뜻한 거, 바람이 상쾌한 거, 마음이 평화로운 거, 졸릴 때 마음껏 자는 거……

나무늘보는 점점 말소리가 작아지면서 잠에 빠져드나 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친구들의 등쌀에 제대로 잠을 못 잤기 때문이죠. , 왠지 쓸쓸해진 부엉이는 자고 있는 나무늘보를 한참을 쳐다보다가 날아갔습니다. 그날부터 부엉이는 낮에 잘 돌아다니지 않게 되었다고 하네요.

잠자고 있는 나무늘보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누가 나무늘보에게 편하게 누워서 자야지 왜 그렇게 매달려 자냐고, 그러면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나무늘보는 아주 당연한 듯 이렇게 대답하겠죠? 난 이 자세가 제일 편해, 그러고는 계속 잠을 잘 것입니다. 아주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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