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도 문학은 유희나 오락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믿고 싶다.
그러나 문학의 역할은 항상 온유하게 진행된다. 사냥용으로 훈련된 개처럼, 절대 주인은 물지 않는 충성심으로 무장한 채 사납게 먹이감을 몰아가고 동정심 없이 물어 죽인다. 이유는 애오라지 하나, 주인한테 칭찬 받고 싶어서.
문학은 그 주인이 개별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때론 역사이고 때론 동시대이며 언제나 인간복수형인 인류였다고, 그래서 문학은 마땅히 높은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고 21세기는 말한다. 사냥처럼 원시적인 놀이는 피로하고 야만적이라고, 더 손쉽고 흥미로운 놀이들이 많이 개발됐다고, 이제 개들은 귀여운 애완견이 되어야 생존이 가능해졌다고, 선택은 없어 보인다.
태생부터 문학은, 또는 예술은 인간들이 즐기는 놀이였다. 그런데 새삼스레 그 역할이 거북할 이유도 없다. 그 역할만 잘하면 다시 전처럼 융숭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데, 사실 사냥견이나 애완견이나 개이긴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 사냥견들은 애완견들을 비웃고 무시한다. 그러나 애완견들은 사냥견들이 무섭지 않다. 주인의 사랑을 받고자 몸부림치는 게 결국은 개의 속성인 것을, 애완견들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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