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2018 평창올림픽과 공정성과 연아

아난존 2018. 2. 11. 18:31




개막식이 시작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다음 포탈 채팅창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한국인들의 여신인 피겨 여제 김연아, 바로 그 연아가 개막식에서 배제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부 네티즌들의 마음을 초조하게 했다. 평창올림픽 개최에 가장 공이 크므로 그 중요도에 맞게 성화 점화 주자로 배치되었을 것이란 당연한 예측이 뒤집힐까 봐, 꽤 많은 국민들이 조마조마했음을 개막식 내내 채팅창을 보고 있던 사람이라면 기억한다. 나 역시도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 번번이 통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나고 자라 나이 먹어가는 지라 그런 불안감, 혹시 김연아가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우린 왜 이렇게 돼 버린 걸까?

 

남북단일팀 형성 과정에서도 2030 세대를 분노하게 했던 공정성의 문제, 물론 평양올림픽이란 깜찍한 프레임을 짜서 유포시킨 자한당과 다수 언론의 부지런함이 열일하긴 했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런 프레임이 먹혔다는 것이다. 공정성에 한 맺힌 우리 일반 백성들은, 구석구석 불공정한 우리 사회에서 맘껏 유리함을 누리는 권력자들과 재벌들, 그리고 그 주변에서 물고 빠는 기생층들을 어찌해 볼 수 없어서, 그런 현실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좌절할 수밖에 없어서유명인들의 군대 문제와 불륜 문제에 유난히 용서가 없다. 왜냐하면 억울함이 많은 우리 서민들의 날선 감정이 흘러갈 데가 없으므로, 이런 원한감정이 더 갈 곳을 잃으면 일베가 될 수도 있으므로. 그래서 자신만의 압도적인 기량과 실력으로 스포츠계의 불공정을 이겨낸 김연아는 한국인들의 억울함에 대한 대리만족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이 억울한 감정이 무섭다.

 

피해의식에서 조립된 정의감은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복수심이기 때문에, 그런 정의감은 언제든 복수가 끝나면, 즉 자신이 기득권이 되면 사라지는 것이기에, 그래서 당연히 변절이니 전향이니 하는 그런 고상한 현상 따위가 아니기에 그렇다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약자가 되면 얼마나 억울하고 피로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잘 알기에, 기를 쓰고 기득권이 되고자 죽을힘을 다하는 것이다. 거기다 이미 기득권이 된 자들도 그 위치에서 떨어질까 두려워 발악하니, 이건 온통 사회가 갑질로 얼룩지고 왕따로 넘쳐난다.

 

억울함을 억울하게 하는 것으로 보상받으려 하지 말자.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 그건 두말할 주제도 아니다. 그러나 가장 섬세한 적폐, 가장 청산하기 어려운 적폐가 내 안의 적폐임을 우리 잊지 말자. 박근혜가, 이명박이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 그것이 여론 조작이었든 뭐든 간에,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 분명 노비근성으로 박근혜를 추종하고, 맹목적인 탐욕으로 이명박을 지지한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난 안 찍었다 위안하지 말고, 내게 권력과 돈이 주어졌을 때도 변치 않을 정의감, 그런 절대 자존의 세계를 손에 손 잡고 나눌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