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K교수

한국 체험기 (5)

아난존 2018. 1. 2. 03:55



오늘 K교수는 마음이 심란하다.

정기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영 기운이 나질 않는다. 호박씨가 당뇨에 좋다길래 야식으로 조금씩 먹은 것 외엔 없는데, 그것이 과유불급이었을까, 중성지방이 의사도 놀랄 만큼 높게 나왔다. 쌈닭처럼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몸 안에 쌓여 병을 만들고 나를 쓰러뜨렸다고 생각하니 부질없는 과거가 안쓰럽고 서럽다. 이렇게 살다 가는 게 인생이거늘 우린 왜 서로에게 억울한 기억들을 새기는가, 그 기억들 나 죽으면 어디로 갈까, 허무하고 무상한 게 사람살이인데, 오늘에야 내 손이 엄마 손과 닮은 것을 깨닫는다.

 

생전의 울엄마와 나는 닮은 구석이 없었는데, 은가락지 약지에 낀 두툼한 내 손이 영락없이 엄마와 닮았구나, 엄마도 어디선가 나를 생각하고 계실까, 지치고 피곤한 삶 이제 그만 못 본 척 모르는 척 살라고 하실까, 성질머리 누구 닮아 온몸으로 살아온 생 넘어지고 짓밟혀도 당당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자신 없다 추하게 늙지 말자던 내 다짐 지킬 수 있을지, 배운 넘이 더 지질한 거 숱하게 보아오지 않았는가,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리도 악착스레 공부했을까, 그걸 알면 뭣할까 알 수는 또 있을까, 그러니 사는 동안 이 순간들에 충직할 밖에.

 

~ 주여,

오늘도 K교수가 구석구석 무상한 한국에 적응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