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이 된다는 것

변희수 전 하사님을 위한 진혼곡

아난존 2021. 3. 4. 22:02

이미지 출처 : news1

 

당신의 죽음을 두고 많은 말들이 허공에 떠돕니다.

누구는 당신의 인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고

누구는 당신의 운명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 죽음도 타인에게 변명할 이유 없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자신의 현재 모습을

스스로 선택했다 말하지 못합니다.

주어진 운명을 벗어날 수 있다고

감히 상상조차 두려워합니다.

 

그런 거 아니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해받을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차고 넘쳐서요.

타인의 언어를 읽지 못하는 이 별에서

남의 문법을 배우려는 사람이 너무 적습니다.

 

그래서 우린 자신의 언어를 버리고

자신의 취향을 버리고 그렇게

자신의 정체도 버립니다.

그래야 남들과 같아지니까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당신은 천기누설의 죄인입니다.

 

혐오가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는 건 괴롭지만

혐오를 드러내고 혐오 속에 숨는 건 쉽습니다.

욕망을 공론화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건 힘들지만

욕망이란 주홍글씨로 단죄하는 건 쉽습니다.

 

남들처럼 적당히 체념하며 살지 않은 당신의 고집을

남들처럼 적당히 타협하며 살지 않은 당신의 강단을

이제는 이해받을 필요 없어진 영혼이여 슬퍼 마시길

 

이번 생은 이게 뭐야, 나만 이상한 사람 됐잖아.

 

그렇게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가시길

자신을 사랑하는 그 고집으로 자신이 원하는 그 모습으로

죽음조차 불사한 그 자유의지로 그렇게 툭툭 벗어던지고

 

한바탕 요란한 인생이었어, 꽤 시끄럽고 유쾌했지.

 

그렇게 뒤돌아보지 말고 자유롭게 날아가시길

죽음이 모든 문제를 덮을 순 없어도 그건 산자의 몫

당신은 이딴 세상 미련 없이 너울너울 가벼이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