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인간

한국교회의 추락하는 날개, 전광훈

아난존 2020. 8. 19. 15:29

 

코로나19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혐의로 한국교회에서 가장 유명해진 목사 전광훈, 그에게 목사 칭호가 적합한지 따질 수조차 없는 게 한국교회의 실정이다 보니 소속 교단에서 그를 면직해도 그는 스스로 교단을 세워 목사직을 유지 중이다. 안양대 졸업이 허위학력으로 밝혀져도 인가받지 않은 신학교가 많은 현실에서, 더욱이 개별교회를 강조하는 개신교 입장에선 별다른 제재를 할 방법이 없다. 아니, 그동안 교계에서 제대로 반대 또는 비판의 목소리 한 번 크게 내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

 

전광훈이 태극기 부대로 광화문에서 물의를 일으킬 때만 해도 일부 보수정치권과 극우 성향의 대형교회는 같은 노선을 유지했다. 반문재인만 외치면 모두 한 팀이니까, 내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 모든 행위가 정의구현이니까, 다수의 국민이 자꾸 목소리를 내는 시끄러운 민주주의 사회에서 종교만큼 백성들을 길들이기 쉬운 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 백성들조차 국민 주권을 외치는 유권자니까.

 

그간 교회는 상식을 벗어나도 정교분리의 원칙하에 독자성을 인정받았고, 성령이나 계시를 앞세워 세속법의 굴레를 피해왔다. 문제는 전광훈처럼 세속적 욕망이 비대한 종교인들이 종교를 방패 삼아 정치 권력을 탐한다는 건데,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를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국민적 공분이 폭발한다. 자기만 죽을 것이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까지 전염병으로 죽이려 들어?

 

사랑제일교회 등록 신자가 4000명이 넘는단다. 한때 정치인 김무성, 김문수도 그 교회 예배에 참석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전광훈의 거친 표현에 열광하고 단순 무지한 행동에 영혼을 빼앗긴 신도들을 보면 왜 저런 말초적인 자극에 약할까,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유가 존재할 것이나, 적어도 그들이 이성적인 시민이라거나 합리적인 신앙인이라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들 역시 이런 고단한 것들은 좋아하지 않으니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무리를 짓는 행동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건 당연지사, 더 큰 무리가 더 큰 이익을 보장하는 것 역시 우리가 살면서 익히 경험해온 바고, 그게 정서적 유대든 물질적 혜택이든 사회적 인정이든 다수 속에 있으면 안심되기 마련이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란 보증 같기도 하고, 그런데 또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기도 하고, 급성장한 교회의 배경에는 이런 신자들의 심리가 작동한다.

 

한국교회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부흥사들의 역할은 지대했다. 인기 있는 부흥사인 전광훈 씨처럼 그들 중 일부가 자가발전을 일으켜 정교분리의 원칙을 깨고 세속적 권력을 꾀해도 그런대로 넘어가 주는 분위기도 있었다. 더하여 교회가 이를 이용하기도 하면서 묵인하고 방관해온 결과 이제 한국교회는 가뜩이나 추락 중인데, 거기에 전광훈이라는 망가진 날개가 가속도를 붙여버렸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사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탐욕과 거짓 위에 세워진 위선의 교회를 지금 제대로 붕괴시키는 중이다.

 

전광훈의 코로나19 확진 발표에, 행여 순교라고 우길까 우려되니 살아서 고생 좀 해야 한다며 누구는 분노하고, 이참에 천국 가는 게 국가와 사회에 보탬되는 일이라고 누구는 조롱하지만, 다음 포털 베댓 중에는 하느님이 진짜 살아계심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신앙고백도 눈에 띈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자가 이미 수백 명을 넘은데다 관련 확진자도 계속 증가 추세인 상황에서 이제 우리의 관심사는 전광훈의 회복 여부이다. 기꺼이 자발적으로 독사의 자식이 돼버린 그가 과연 회개할 수 있을까? 그거야말로 기적을 바라는 일이다. 그에게 있어 죽음보다 낯설고 고통보다 공포스러운 것이 회개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