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멈춰버린 설국열차
코로나19는 미친 듯이 질주하는 설국열차를 국경과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 단박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일순간에 멈춰버렸다. 전염병이라는 특유의 공포로 인간과 인간 사이를 벌려놓고 나라와 나라 사이를 막아놓으니, 달리던 열차는 궤도 이탈 없이도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던 폭주 기관차, 누구도 진행 방향을 묻지 못한 채 죽어라 달리기만 하던 그 맹목적인 설국열차가 코로나19에 멈춰버렸다. 1할의 가진 자를 위한 광란의 질주가, 그 1할마저도 위태롭게 할 거란 자각도 없이, 나처럼 미숙한 인간도 답답해 죽을 것 같은데, 완전무결하다는 신이 이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오죽 속터질까 싶다.
코로나19가 신이 내린 심판이 아니라면, 유독 전 세계 종교계가 쑥밭이 된 이유를 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대중을 욕망으로 미혹하거나 권력으로 통제하거나 했던 종교부터 철퇴를 맞고 있다는 거, 그 어리석음에 대해 말로 못 알아먹으니 전염병으로 알게 하시는 거 아닌지…
9할이 신음하면 1할도 무사치 못한다. 이게 역사가 증명한 사실 아닌가, 나만 잘살면 되고, 내 가족만 잘살면 괜찮을 거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 그게 코로나19가 말하는 바 아닐까,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트럼프가 마지못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성스러움의 상징 같은 각국의 종교 건물들이 폐쇄되고 성지순례가 금지되었다.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예배를 드리는 족족 그곳에선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전염병이 돌면 대체로 빈자들의 동네가 지역 봉쇄당하고, 없는 살림에 사재기하느라 인간성을 저당 잡히면, 부자들은 폭락한 동산과 부동산을 주워 담는 수순이었는데, 이번엔 지나치게 발달한 정보망 덕분에 일개 대중들이 작금의 상황을 판단하고 분석하며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선진국 의료시스템의 부실함이 드러나고, 각국 지도자들의 욕망과 계산들이 드러나고, 성스러움의 두께만큼 속물성이 드러나고… 누구라도 위선을 떨면 금방 들통나 버리는 구조, 지독할 만큼의 투명성을 요구받는 상황, 그래서 코로나 19의 진행도, 그 결과도 무척 궁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