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가짜뉴스가 말하는 인간계
아난존
2019. 11. 20. 00:49
가짜뉴스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말이란 데 있지 않다. 사실이냐 거짓이냐에 대한 관심보다는 가짜뉴스의 확산성 정도가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거라는 사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넓게 퍼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현실, 그것이 지금의 인간계를 가짜뉴스가 설명하는 방식이다.
과거 어떤 실험에서 자극적인 스캔들이 미담보다 훨씬 확산속도가 빠르다는 걸 연구결과로 내놓았다. 이런 사실 정도 굳이 실험 안 해도 지구인이라면 알만한 일이긴 하다. 익숙하니까, 경험해 봤으니까, 그런데 인간은 왜 남의 불행에서 위로를 받을까, 절망하는 상대에게 너는 괜찮다는 말보단 나도 괜찮지 않다는 말이 더 위안이 된다고 한다. 왜, 동병상련의 연대는 함께 하는 희망보다 강력할까, 그래서 불우함을 나누던 관계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나머지가 상실감을 느낀다. 대체 인간은 태초에 무엇을 나눠 먹었길래 이런 심성의 생명체가 되었을까.
각자의 억울함과 서러움이 꼬깃꼬깃한 원한이 되었을까, 살면서 무시당한 만큼 다른 무엇을 혐오하지 않으면 자신을 유지할 수 없도록 그렇게 인간은 기획되었을까, 인간을 초기화시킨다면 어떨까, 그때도 인간은 이런 모습일까, 어쩌면 오직 인간만이 진화되지 않는 생명일지도, 어떤 제도도 어떤 체제도 인간은 거기에서 약점을 찾아내 끝내 자멸해버린다. 그래서겠지, 불행을 나누며 안심하는 인간성이 인류의 존재 방식이 된 이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