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교회의 파수꾼
교회는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듯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라투스트라는 정문에서 마주 보이는 가장 큰 건물의 현관문을 밀어보았다. 닫혀 있었다. 이 문 너머의 공간에 제대와 촛대와 성상이 있으리라, 너무 오랜만이라 그럴까, 자라투스트라는 느낄 수 있었다. 예배가 이루어지는 공간 특유의 공기를, 시간이 정지된 듯 고여 있는 기운을…
“무슨 일이시죠?”
자라투스트라를 이상하게 여긴 경비원이 와서 물었다.
“당신이 이곳의 주인인가요?”
자라투스트라는 대답 대신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저는 여기 경비고요, 목사님은 오늘 안 나오세요.”
“목사님이 교회의 주인인가요?”
자라투스트라가 재차 그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새삼 주인이라니… 교회의 주인이라, 그럼 예수인가?”
경비는 왠지 헷갈리는 마음이 들었다. 교회의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이곳에 취직하는 조건으로 세례를 받았을 뿐이다. 교회 이름으로 월급이 들어오니 누가 주인이면 어떠랴, 여기서 가장 높은 사람이 목사이긴 한데, 왠지 그렇게 답하면 안 될 것 같았다. 학교의 주인이 교장이 아니듯 국가의 주인이 대통령이 아니듯, 뭔가 더 그럴듯한 게 생각나야 하는데… 제길, 원체 이런 질문엔 젬병이라,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예수요? 그 사람이 아직도 이곳의 지배자요?”
자라투스트라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
예수는 아닌가 보다, 그럼 더 높은 사람?
“아니, 하나님이요! 이곳의 주인은.”
그렇다! 이보다 더 높은 존재가 있으랴, 경비는 이 대답을 찾아낸 자신이 뿌듯했다. 그동안 예배에 참석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낯선 자가 누군들 무슨 상관이랴, 이자가 목사를 만나면 나를 칭찬할 것이다.
“그 하나님은 어디 계시오?”
자라투스트라가 다시 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싶었지만 경비는 이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그가 아무래도 범상치 않아 보여서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그분은 우리 마음속에 계십니다.”
꼬박꼬박 주일예배를 빠지지 않고 다닌 성과가 나오자 경비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언제 자신의 신앙이 이리 깊어졌는지 자신도 놀랄 지경이다. 어차피 예배 참석이 근무 계약 조건이라 빠질 수도 없지만.
“진심입니까?”
자라투스트라가 살짝 인상을 쓰는 게 보였다.
경비는 자신의 믿음이 시험당하는 것 같았다.
“내가 무엇 때문에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겠소?”
완벽한 정답을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자라투스트라의 반응에 경비는 살짝 기분이 상했다.
“진심입니까?”
자라투스트라가 재차 물었다.
이자는 내게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경비는 슬슬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친절하자 싶었다. 이자의 정체를 모르는 한 섣부른 대응은 위함하다.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할 것이오.”
낯선 이의 경계심 어린 질문에 자극당한 경비는 평소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해버렸다. 왠지 이 남자의 질문에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교회의 주인을 찾을 정도면 분명 높은 분들과 관련된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 괜히 시험에 넘어가지 말자.
자라투스트라는 얼굴이 약간 상기된 경비를 물끄러미 보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그새 하늘은 어두워졌고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의 파수꾼은 중세로 돌아갔다. 영원회귀의 시간이 이렇게 순환되는 것일까?”
허름한 옷을 입은 무리들이 느릿느릿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보였다. 자라투스트라는 그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