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인간

성직자를 타락시키는 신자들

아난존 2019. 1. 4. 07:50




성직자, 그런데 종교적 직분은 진짜 성스러운 일일까?

그럴 수 있다. 금욕하고, 자신을 항상 성찰하며,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면, 그런 일은 세속적이지 않으니 성스러운 게 맞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종교적 직분이 그저 종교 단체 안에서의 기능적 역할이라면, 금욕은 인간적이지 않고, 자기 성찰은 과한 요구며, 잘나가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현실은?

권위적이고 독선적이며 세속적 욕망을 탐닉하는 성직자 사례가 넘쳐난다. 그러니까 성직자의 권위를 가진 채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상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신자들은 무죄할까?

성직자라고 해도 나약하고 흠결 많은 인간일 뿐인데, 그들을 떠받들어 실족하게 만들어놓고 뒤에서 욕하는 것은 정당한가, 그들의 권위에 기대 자신의 허영과 욕망을 채우려 했던 것은 괜찮은가.


고대에는 가짜왕 제도라는 게 있었다. 보잘것없는 사람을 며칠 동안 왕으로 섬기며 온갖 호화로운 생활을 만끽하게 해준 뒤 죽여서 제물로 바친다. 그러면 그 가짜왕이 한 해의 재앙과 불운을 몽땅 짊어지고 간다는 것이다.

 

내 복 빌자고 헌금 바쳐서 그들을 돈으로 타락시킨 죄, 내 욕망을 보상받고자 떠받들어서 그들의 인격을 붕괴시킨 죄, 몰랐다 하지 말자.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째부터는 속은 사람도 죄 없다 하지 못한다.

 

그러니 어쩌자고?

생각하고 선별하고 책임지라, 내 죄는 내가 해결해야 하고 내 욕망은 내가 다스려야 한다. 아무려면 완전하다는 신이 인간을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었을까? 당신이 신을 정말 믿는다면 내가 신의 형상이란 것도 믿어라, 그러면 신이 느꼈을 고통도 마다하지 않게 될 것이며, 그 순간 당신이 가장 성스러운 사람이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이 외롭고 힘들다면 떠올리라, 내가 신이라면?

그렇게 신과 고통을 나누라, 세상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당신이 성직자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