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관계

해석으로 달라진 팩트

아난존 2018. 11. 21. 04:25




"혜경궁은 50"이란 김어준에···하태경 "공범이냐", 중앙일보 기사의 제목이다.


이 제목만 보면 김어준에게 하태경이 너도 공범이냐라고 묻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순식간에 네이버 댓글은 김어준에 대한 조롱으로 철철 넘쳐 흐른다. 이 물살이 불편한 사람들은 아예 발을 담그지 않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이 물살은 더욱 급하게 기사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그럼 실제 내용은 무엇이었나? 그 내용이 고스란히 기사 본문에 있다.

 

는 하 의원의 질문을 받고 "그건 또 시간이 좀 부족한데, 다음 시간에 제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하 의원이 "혹시 공범 아니에요?"라고 물었고 김 씨는 "제가 공범이라고요?"라고 되물었다. 하 의원은 "아니, 그게 아니라, 저도 제 페이스북을 우리 보좌진들이 같이 공유하거든요."라며 혜경궁 김씨 계정을 여러 사람이 돌려쓴 것 아니냐는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김씨는 "그 가설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여러 사람 중에 부인이 포함됐느냐 안 포함됐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대담을 이어갔다.

 

이 대담의 핵심은 파란 부분 "아니, 그게 아니라, 저도 제 페이스북을 우리 보좌진들이 같이 공유하거든요."이다. 그러나 이 문장의 앞뒤에 빨간 부분 말끝을 흐렸다, 화제를 전환했다.같은 해석적 서술어가 붙으면서, 하태경이 김어준에게 치고 빠지는 화법으로 계획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은 것처럼 세팅된다. 김어준에 대한 기자의 인식은 김 에서 드러난다. 김어준은 청취율이 가장 높은 라디오 시사방송 진행자이지만 기자에게는 김 급이다.

 

팩트란 게 결국은 해석의 하나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로써 하태경의 공범 아니에요?”김혜경 트위터 사용자가 다수 아니냐에서 김어준 너도 공범 아니냐로 대체된다. 팩트는 이처럼 간단한 작업만으로 다른 의미로 윤색되고, 이렇게 달라진 내용으로 가공된 기사는 인터넷 바다에 던져져 미각이 같은 부류의 물고기들을 무수히 낚는다.